골퍼들은 비에 민감하다. 비만 오지 않으면 골프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골퍼들에게 유명한 일기 예보 사이트가 있다. 바로 노르웨이 기상청이다. 처음에는 시간 단위로 강우량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다. 이후 국내 날씨 정보 사이트에서도 시간 단위로 강우량 확인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노르웨이 기상청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 바로 예측의 정확성 때문일 것이다.
채용의 전 과정은 ‘지원자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고, 역량 검사, 면접 등의 과정은 채용했을 때 어떤 태도로 어느 정도의 업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예측하는 과정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대한 여러 정보를 습득해 회사 분위기, 함께 일할 동료, 맡게 될 업무를 예측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도 활용된다.
가트너의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 툴을 활용한 구직자 비율은 38%였다. 지원자들은 크게 3가지 영역에서 AI를 활용한다. 첫째,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작성이다. 오타나 문맥 수정부터 지원하려는 회사의 인재상에 부합하도록 이력서를 작성한다. 모의 면접을 보기도 한다. 표정, 목소리, 제스처 등 비언어적 요소부터 면접의 단골 질문 등을 파악해 답변을 준비할 수 있다. AI가 분석한 채용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회사를 찾기도 한다. 채용 플랫폼에 미리 등록한 이력서와 채용 공고를 AI가 분석해 지원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기업에서도 AI를 활용한다. 잡스캔 조사 결과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은 98% 이상이 채용에 AI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서는 먼저, 서류 전형에 활용한다. 특정 키워드나 경력 등을 기반으로 지원자를 필터링해 채용 담당자가 일일이 이력서를 검토하는 시간을 줄이고, 서류를 검토할 때 지원자가 AI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AI 역량 검사도 진행한다. 이는 대부분 서류 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면접 전에 진행한다. 게임을 하거나 AI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적성검사와 유사하다. 논리력, 문제 해결력, 직무 적합성 등을 파악한다. 간혹 AI 역량 검사와 AI 면접을 혼용하거나 명확히 기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AI 면접은 AI가 일종의 면접관이 되어 지원자와 면접을 진행하는 것으로, 지원자가 답변할 때 자주 쓰는 단어나 표현, 표정, 제스처 등을 분석해 채용담당자에게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면접관 등 채용담당자가 지원자를 예측하는 데 활용한다. 면접 전 시간이 없어서 미처 지원자의 이력서를 보지 못했을 때, 평판 정보를 학습한 AI에게 질문해 빠르게 지원자에 대한 핵심 정보를 파악한다. 면접에서 미처 물어보지 못한 것도 AI에게 질문하면 지원자를 예측해 답변해 준다. 면접 경험이 적은 면접관은 AI가 제시한 예비 질문 세트 중 골라서 질문하기도 하고, 지원자에게 물어볼 질문을 추천받기도 한다.
이처럼 서류부터 면접까지 채용 전 과정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2022년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15.9%가 채용에 AI를 활용했다. 2023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진행한 ‘채용분야 인공지능(AI) 활용실태 및 공정성 확보방안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 258개 기업 중 AI 채용을 활용하는 기업은 106개로 41.1%를 차지했다. 미활용 기업 152개사 중 41%는 향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모던하이어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45%가 채용에 AI를 활용 중이라고 한다.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대표, 임원진이라면 라운딩을 가기 전 비가 오는지 확인할 것이다. 골프 라운딩도 그러할진대, 직원을 채용하는데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비를 예측하는 일기예보를 보듯, 이제는 AI로 인재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윤경욱 스펙터 대표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