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련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포함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하기로 했다. ‘복귀 전공의’와 ‘미복귀 전공의’의 차별적 조치가 결속력이 강한 전공의들의 복귀 결정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각 병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이달 15일까지 전공의 사직을 최종 처리하고 전공의들은 사직 후 오는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면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초 정부는 복귀 전공의에 한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이달 5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자 수는 1092명으로 전체 1만3756명의 7.9%에 불과했다. 정부는 많은 전공의가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복귀를 망설인다고 보고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오는 15일까지 전공의 사직 처리를 끝내달라고 요청했다. 9월부터 수련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이 이달 22일부터 시작되는 것에 맞춰 결원 규모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전공의 모집은 예년처럼 일부 과목에 한정하지 않고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련병원이 정부가 못 박은 시한까지 전공의 사직 처리를 완료하지 않으면 전공의 배정을 줄이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로 지방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빅5’ 수련병원으로 일부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 장관은 “특별히 지방 전공의가 서울로 올 수 있게끔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양보에도 전공의 복귀가 미미할 것이란 비관적 예상이 많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은 의·정 갈등을 자존심 문제로 보고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에 이미 실기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기존 복귀 전공의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스스로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기조를 훼손했다는 비판도 많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등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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