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反기업 앞세운 좌파연합과 '동거'…불확실성 커진 佛

입력 2024-07-08 17:34   수정 2024-07-09 00:4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극좌의 부자연스러운 동맹이 아니었다면 국민연합(RN)은 절대 과반이었을 것이다.”

마린 르펜 RN 의원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 이후 “(강경 우파) 물결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30일 1차 투표에서 33.1%를 얻어 1당 등극이 유력했던 RN이 3당에 그친 데 따른 반응이다.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가 RN에 참패할 뻔하던 마크롱 대통령은 절반의 성공을 얻어냈다. 그러나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의 동거 정부라는 과제를 안았다.
극우 대신 극좌 리스크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NFP 소속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선거 승리 연설에서 “NFP는 통치할 준비가 됐다”며 “대통령은 NFP에 공동 국정 운영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프랑스는 역대 네 번째 동거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른 정부를 말한다. 프랑스는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반면 총리는 의회가 결정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할 수 있지만 의회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정부는 극좌 총리 임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선거 결과를 보면 누구도 승리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멜랑숑 대표는 더더욱 아니다”고 했다.

LFI는 마크롱 정부의 친기업 기조와 정반대인 반기업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통해 정년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한 반면 LFI는 60세로 앞당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마크롱 정부가 130만유로(약 19억4000만원) 이상 자산가에게 부과하는 부유세의 과세 대상을 부동산으로 축소한 반면 LFI는 이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정 정책 측면에서도 마크롱 정부는 긴축 재정을, LFI는 지출 확대를 주장한다.
식물 정부 될 가능성도
마크롱 대통령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NFP에서 LFI가 아니라 사회당·녹색당·공산당 등 비교적 온건한 정당과 손잡고 의회 과반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의회 네 번째 정치 연합인 공화당과 협력해 중도 연합인 앙상블 내에서 총리 후보를 임명할 수도 있다. 다만 이때도 RN이 캐스팅보트를 쥘 확률이 높다. 반대로 RN이 NFP와 협력해 마크롱 정부가 ‘식물 정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당 간 이합집산 가능성이 열리면서 프랑스 정계는 혼돈의 시기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FT는 “프랑스는 대통령직이 약하고 의회가 가장 시끄러웠던 전후 제4공화국 시대(1946~1958년)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수년간 정치적 불확실성과 정부 불안정에 시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한 결과”
외환·채권시장도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환율과 금리에 반영했다.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8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 하락(유로화 약세)한 1.0807달러로 떨어진 뒤 오후 4시께 1.0822달러를 회복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예상 밖의 좌파 연합 승리는 시장이 가장 두려워한 결과”라고 전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포인트 오른(국채 가격 하락) 연 3.208%를 기록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와의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이날 한때 0.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프랑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려면 그만큼 금리를 더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임스 로시터 TD증권 글로벌매크로 전략책임자는 “좌파 연합 득세라는 충격적인 결과는 스프레드를 다시 0.8%포인트 이상으로 급등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RN은 8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주도하는 반(反)유럽연합(EU) 성향의 유럽의회 새 정치그룹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PE)’에 합류했다고 발표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전날 “이주민 유입과 징벌적인 환경 보호주의, 주권 몰수를 거부함으로써 유럽의 권력 균형에 영향을 미칠 대형 정치그룹에 합류할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다. 이 그룹에는 오르반 총리의 피데스당과 RN, 오스트리아 자유당(FPO), 체코 긍정당(ANO), 이탈리아 동맹(Lega) 등이 참여했다.

RN 등의 합류로 PE 그룹은 유럽의회에서 총 80석(11.1%)을 확보해 의석수 1위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188석), 2위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136석)에 이어 3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김인엽/김리안/김세민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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