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0.05% 내린 160.84엔에서 움직였다. 지난 3일에는 엔화 가치가 161.83엔까지 떨어지며 1986년 12월 이후 38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3월 일본은행이 연 -0.1%이던 기준금리를 0%로 올려 11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을 때만 해도 엔화 가치는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엔저의 주원인인 미·일 금리 차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당시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은행은 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달러는 오르고 엔화는 추가로 떨어졌다.
2022년 1월까지 0.35%포인트이던 미·일 금리 차는 현재 5.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더라도 미·일 금리 차는 5%포인트를 유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당분간 엔화 가치가 반등하기 어렵다고 단언하는 이유다.
‘와타나베부인’(캐리 트레이드를 하는 일본인 투자자)과 닌자개미의 가세는 엔화 가치가 극단적인 수준까지 떨어지는 초엔저 시대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올해 도쿄외환시장 거래 규모는 사상 처음 3년 연속 1경엔(약 8602조원)을 넘어섰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졌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06~2007년과 2013년에 이어 2022년부터 와타나베부인3.0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올해부터 소액투자 비과세제도(신NISA) 혜택이 확대되면서 닌자개미들은 미국 증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면서 엔화 가치를 추가로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미즈호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해외 주식과 외화예금 비율은 4.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영효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