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이 높은 고액 자산가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절세’다. 재산을 불리기 보다는 가급적 세금을 피하는 투자처를 찾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자산가도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한 문의가 늘었다는 전언이다. ISA는 주식, 펀드, 채권 등을 하나의 계좌에 넣고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절세 상품이다.
ISA는 3년 이상 가입하면 이자 또는 배당 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국내 투자형 ISA의 경우 비과세 혜택은 없지만 금융 소득에 대해 원천징수세율(15.4%)만 적용해 분리과세한다. 현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큰 손’이 최고 49.5%의 세율을 적용받는 것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상품일 수밖에 없다. 미국 등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자산가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상품을 신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ISA는 국민의 자산 형성을 위해 2016년 3월 도입됐다. 19세 이상 국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계좌는 1인당 하나로 한정된다.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입자가 직접 투자하는 중개형과 투자자가 상품을 선택한 뒤 운용을 맡기는 신탁형이 있다. 끝으로 일임형은 금융사에게 투자를 맡기는 구조다.
국내 ISA 가입자 수는 증가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ISA 가입자 수는 525만1579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9만669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 ISA 확대를 약속하고 나섰다. 최근 국내 투자형 ISA 신설을 포함한 ISA 활성화 방안도 대거 나왔다. 우선 1인 1계좌 원칙을 폐지하기로 했다. 납입 한도도 확대한다. 기존 연 2000만원, 총 1억원에서 연 4000만원, 총 2억원까지 넣을 수 있도록 한다. 이자 또는 배당 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도 500만원(일반형)·1000만원(서민형)으로 늘린다.
전문가들은 ISA에는 의무 보유 기간이 있는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자산가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안정적인 투자를 결정할 공산이 크다고 봤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개정안 통과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와 같은 투자자를 주식 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투자형 ISA가 신규 출시된다면 국내 고배당주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주주환원 여력이 높은 은행주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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