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문화 후원, 제대로 티나게 도와줍니다"

입력 2024-07-09 18:16   수정 2024-07-10 01:11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65)은 자신을 ‘문화 행정가’로 불러달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5선 국회의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등 정치권과 행정부를 오간 이력을 꿰어 묶는 하나의 키워드가 ‘문화’라서다. 대학로 공연문화에 심취한 성균관대 대학생 시절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문화 관련 일을 손에 붙들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로 공연문화의 산실 ‘학전 소극장’을 되살리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정 위원장은 “국가 예산으로 예술가를 지원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기업 주도의 사회적 후원으로 문화가 성장하는 단계로 올라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官) 주도 지원이 한국을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 올려놓았지만 여전히 민간 후원은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기업 후원이 복지에 집중되다 보니 기초생활·차상위 계층 가정을 대상으로 한 생필품 지원 일색인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지는 국가가 하고 있으니, 기업은 문화예술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집중하면 자원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위원장이 지난해 1월부터 이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문명 아르코·ARKO)는 국내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첨단 과학이 수학 등 기초 학문을 토대로 하듯,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K웨이브’ 현상은 순수 예술이 그 토대가 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위원장은 위원장 취임 후 기업과 문화예술계의 접점을 늘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좋은 본보기 사례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계촌음악제를 인상적인 사례로 꼽았다. 정 위원장은 “강원 평창군 계촌마을에서 매년 열리는 클래식 축제인 ‘계촌음악제’가 올해 10회째를 맞았는데 지금은 대관령음악제, 윤이상음악제와 함께 지역 3대 음악축제로 거듭났다”며 “한 장소에서 꾸준하게 투자한 것이 빛을 본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정몽구 재단처럼 하기는 쉽지 않다. 막상 후원해도 기업명이나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고민도 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음악회를 열면 그 회사 임직원들과 해당 지역 주민 일부에게만 알려지고 마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 후원금을 유치하는 대신 원하는 문화 행사를 열어주고, 행사명에는 우리 위원회 이름 아르코를 빼고 해당 기업이미지(CI)만 대대적으로 내세우겠다”고 했다.

최근 아르코는 학전 소극장 관련 활동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침이슬’ 작곡가이자 연출가인 김민기 씨가 33년간 경영하다 건강상 이유로 지난 3월 폐관한 소극장의 문을 아르코가 다시 열기로 해서다. 학전은 청소년·가족 대상 공연장이면서 배우들의 ‘연기사관학교’로도 불릴 만큼 한국 공연예술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정부 협의를 거쳐 아르코가 학전 건물을 통임차해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정 위원장은 “이달 17일 아동·청소년극 중심의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할 예정”이라며 “김민기 선생 시절 학전에서 히트한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 같은 명작을 만드는 산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젊은 예술가들이 정보기술(IT) 인재들과 힘을 합치면 융복합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아티스트, 프로듀서, 엔지니어를 모으는 에이프(APE)캠프를 운영하고 있다”며 “예술과 기술이 힘을 합쳐야 혁신적인 콘텐츠가 나온다”고 말했다. APE캠프는 분야별 청년 인재 5명이 한 조를 이뤄 20개 조가 사업 제안 경쟁을 하면 이 중 상위 5개 조를 선정해 해외 견학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정 위원장은 이 캠프를 기업의 인재 공급 산실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내년에는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 인재들을 대상으로 공모할 예정”이라며 “캠프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기업들이 탐내는 인재가 될 것으로 확신하며 인재 선점을 위해 APE캠프를 후원하는 기업도 생겨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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