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은 엔화의 원화 대비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시기였다.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지난달 28일 100엔당 855원60전으로, 2008년 1월 10일(855원47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통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엔화예금 잔액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의 시세가 지난 10여 년 동안 100엔당 1000원 안팎에 형성됐던 만큼 싼값에 엔화를 사두면 향후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56원80전까지 떨어진 작년 11월엔 엔화예금 잔액이 한 달 만에 14%나 급증한 이유다.
원·엔 환율이 작년 11월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는데도 6월엔 엔화예금 잔액이 제자리걸음을 한 이유로는 엔저 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김현섭 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원·엔 환율이 900원 전후로 등락할 때는 엔화예금에 가입하는 고객이 많았지만, 860원까지 떨어진 이후로는 가입 문의가 뚝 끊겼다”며 “100엔당 890원을 바닥으로 알고 엔화를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바닥 밑에 지하를 경험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낮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7% 감소했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올 6월 발표한 -0.5%보다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일본의 1분기 성장률이 높지 않게 나오면서 시장은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더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엔화 가치 하락세가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원·엔 환율은 100엔당 850원대를 밑돌 가능성이 있고, 당분간 860원대 이상으로 오를 여지는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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