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는 '우회전' 안내…역주행 운전자 "일방통행 몰랐다"

입력 2024-07-09 17:55   수정 2024-07-10 01:18

9명이 사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운전자 차모씨(68)로부터 ‘일방통행로인 줄 모르고 진입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씨는 지난 4일 1차 피의자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다’고 진술한 뒤 일관되게 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총경·사진)은 9일 연 브리핑에서 “사고 지점 부근에 종종 다닌 적이 있어 지리감은 있으나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 출구에서) 직진과 좌회전이 금지된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차씨 차량(G80) 블랙박스에는 출발지인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 앞에서 우회전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음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도로(세종대로18길) 진입 즉시 역주행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경찰은 블랙박스에 사고 원인을 유추할 수 있는 차씨 및 동승자인 아내 간 대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블랙박스 대화에 대해 류 서장은 “‘어어’ 하며 당황하는 소리나 의성어가 있다”며 “일반적인 대화 내용이 있긴 하지만 그건 사적 대화”라고 밝혔다. 역주행하는 중 경적을 울리는 소리도 녹음되지 않았다.

차씨는 줄곧 차량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류 서장은 “피의자는 (1차 조사에서) 차량 이상을 느낀 순간부터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다고 했다”며 “지난 주말 건강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면담에서도 시종일관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차씨 자택과 휴대폰을 압수수색하고 거짓말 탐지기를 쓰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경찰은 차씨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 결과를 최대한 이른 시일에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현장 주변 CCTV 영상 12점과 해당 차량 및 목격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4점을 국과수에 보냈다. 도로교통공단과 합동 현장 조사를 벌여 사고 상황도 다시 구성하고 있다.

경찰은 차씨가 버스 기사인 점을 고려해 사고가 페달 오인에서 비롯했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앞서 운수업계 일각에선 ‘G80 차량의 가속 페달과 대형 버스의 브레이크가 모두 오르간 페달이어서 자주 헷갈린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은 차씨가 근무하던 버스 회사를 찾아 브레이크 페달을 확인했다.

차씨는 사고로 갈비뼈가 골절되고 폐에 피가 고여 전치 8주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경찰은 2차 피의자 조사를 10일 병원에서 할 예정이다.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온 뒤 수사 결과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이 사고 이후 세 번째로 연 이날 브리핑은 류 서장이 직접 진행했다. 1·2차 브리핑에서 경찰이 ‘수사 중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일부 정보를 잘못 전달하는 등 혼선이 커지자 관할지역 최고 책임자가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2차 브리핑에서 ‘스키드마크가 있다’고 했다가 1시간 만에 ‘스키드마크가 아니라 유류 흔적’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차씨 G80 차량은 1일 오후 9시27분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와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다가 안전 펜스와 보행자를 덮치고 승용차 두 대를 연이어 추돌한 뒤 멈췄다. 이 사고로 시청 직원 2명과 은행 직원 4명, 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 등이 숨졌다.

김다빈/조철오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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