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BAYC 거래 최저가는 이날 기준 2만9033달러(약 4100만원)다. 2022년 5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47만2755달러(약 6억5400만원) 대비 6% 수준으로 폭락했다. BAYC는 다양한 표정과 옷차림의 원숭이 이미지를 내세운 프로필 사진 묶음(PFP)이다.
BAYC는 2021~2022년 NFT 유행을 이끈 상품이다. 2022년 개당 43만4000달러(약 6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각종 아트페어나 전시회에 BAYC가 작품으로 걸리는 일은 예사였다. 에미넘, 저스틴 비버 같은 연예인들도 이 NFT 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초만 해도 NFT 시장에선 희망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NFT 데이터 플랫폼인 NFT고에 따르면 NFT 시가총액은 지난해 9월 18일 56억4382만달러(약 7조8100억원)에서 올 3월 10일 128억1017만달러(약 17조7300억원)로126% 늘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이 2만6741달러(약 3700만원)에서 6만8508달러(약 9500만원)로 156% 오른 것과 맥을 같이했다.
2분기가 되자 두 가상자산의 운명이 엇갈렸다. NFT 시가총액은 9일 58억4398만달러(약 8조900억원)로 4개월 만에 반 이상이 줄었다. 이에 비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5만7248달러(약 8000만원)로 같은 기간 16% 내리는 데 그쳤다. NFT 거래량도 급감했다. 크립토슬램이 집계한 2분기 NFT 거래 규모는 22억8000만달러(약 3조16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45%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하면서 암호화폐가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은 것과 달리 NFT는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두 시장의 시세가 비슷하게 움직이던 동조화 현상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환금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거래가 수집, 소장 목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NFT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NFT 사업에 뛰어든 국내 업체들은 앞다퉈 발을 빼는 모양새다. 롯데홈쇼핑은 NFT 거래 플랫폼인 ‘NFT샵’의 서비스를 지난 2일 종료했다. 현대백화점은 전자지갑 서비스인 ‘H.NFT’를, KT는 NFT 플랫폼인 ‘민클’을 운영하다 지난 3월 각각 중단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에 NFT 아이템을 도입하는 묘수를 냈지만 시장 반응이 시원치 않다. 앱 시장조사업체 앱매직에 따르면 이프랜드의 다운로드 순위는 무료 앱 기준 지난해 7월 1400위권에서 지난달 6800위권으로 내려앉았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7월을 마지막으로 ‘무너 NFT’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