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다양한 신차가 출시됐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통상 신형 모델이 나오면 '신차 효과'를 누리며 판매량이 늘어나는데 고물가와 경기불황으로 수요가 확연히 쪼그라든 여파로 풀이된다. 기존에 강세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인기를 누리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하이브리드 모델 수요가 늘어나는 게 특징이다.
10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상반기 다양한 신형 모델을 선보였으나 판매 실적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 완성차 3개 브랜드(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신차 등록 대수(상용차 제외)는 53만9862대로 전년 동기 대비 6.9% 줄었다.
기아가 25만4661대를 판매하며 세 브랜드 중 최다 판매를 기록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2.2%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21만5834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판매가 줄었다. 제네시스도 6만9367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은 상반기에 다양한 신형 모델을 내놨다. 현대차는 코나(2월) 아이오닉5(3월) 아반떼(6월)를, 기아는 K9(4월)와 모닝(6월)을, 제네시스는 G90(3월)와 GV70(5월)를 각각 선보였다. 1월을 제외하면 매월 신차를 출시한 것이다.
하지만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 모델도 빠짐없이 모두 1년 전에 비해 판매가 오히려 줄었다. 종전 모델보다 상품성을 개선한 연식 변경 모델을 선보여 '신차 효과'를 누릴 수 있었음에도 정작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셈이다.
지난달 신형 모델이 나온 아반떼(-25.7%)와 모닝(-42.6%)은 아직 신차 효과를 받지 못했다 해도 K9, GV70, G90은 40% 넘게 판매가 줄었다. 전기차 아이오닉5와 코나 또한 20%대 내외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이들 차종이 대부분 4~5월 출고를 개시해 상반기에 신차 효과를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신차가 나오지 않은 기아 쏘렌토와 카니발, 현대차 싼타페는 올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판매된 국산차 1~3위를 차지했다. 쏘렌토는 전년 동기 대비 38.2% 증가한 5만1209대가 판매됐다. 카니발과 싼타페는 각각 4만4575대, 4만1900대를 기록했다. 특히 싼타페는 지난해 8월 신 모델이 출시된 후 꾸준히 인기를 모으면서 판매량이 무려 140%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중형 SUV의 넓은 공간 활용성, 최첨단 편의 사양 등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SUV의 경우 과거 경유 엔진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높은 출력과 연비를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싼타페와 쏘렌도, 카니발 모두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며 그동안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다린 고객 수요가 반영되면서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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