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중 뇌사 빠진 태국인, 한국인 5명에 새 삶 주고 떠나

입력 2024-07-10 10:43   수정 2024-07-10 10:49


한국 여행 중 의식을 잃고 뇌사에 빠진 30대 태국인 여성이 타국에서 5명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달 5일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에서 푸리마 렁통쿰쿨(Purima Rungthongkumkul·35)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고 10일 밝혔다.

태국 방콕에 사는 렁통쿰쿨은 친구와 함께 한국 여행 중, 지난달 27일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가 쓰러졌다는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은 급히 태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깨어나지 않는 그를 보고 가족들은 큰 슬픔에 빠졌지만, 가족들은 이대로 이별을 마주하기보다는 렁통쿰쿨이 누군가의 몸에서라도 살아 숨 쉬길 희망했다.

가족의 동의로 그는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하여 5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 측은 "그가 비록 뇌사로 떠나게 됐지만 기적을 베풀고 가길 원한다"며 기증을 결심했다. 이어 "태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다시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고 믿는다"며 "떠나는 순간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것이 망자가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선행이라 생각한다"고도 전했다.

태국 방콕에서 태어나 1남 3녀 중 둘째인 렁통쿰쿨은 늘 밝고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방콕 미용실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늘 열심히 노력했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즐겼다.

렁통쿰쿨의 어머니는 "푸리마, 너는 우리 삶에서 늘 최고였고, 너를 집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 먼 길을 왔어. 이제 편히 쉴 시간이니,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하늘에서 편히 쉬어. 우리는 항상 마음 깊은 곳에서 널 생각하고 사랑할게"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해외 국적 뇌사자 장기기증자는 2019년 7명, 2020년 8명, 2021년 7명, 2022년 7명, 2023년 7명, 2024년은 이달 기준 4명으로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의 약 1.8% 수준이다.

관계자는 "보통 근로 목적으로 국내에 거주하시는 해외 국적자분들이 기증을 결심해주신다"며 "여행 목적으로 한국에 오셨다가 생명나눔을 실천해주신 경우는 드문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알려준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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