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 주식시장은 호재와 악재를 동반했다. 기대했던 기준금리 인하는 미뤄진 반면,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 등 뜻밖에 재료가 등장하기도 했다.
쉽지 않은 자본시장의 상황에서도, 훌륭한 투자 길잡이 역할을 해낸 자본시장의 두뇌, 애널리스트가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매년 두 차례 펀드매니저 설문을 통해 최고의 활약을 한 애널리스트를 선정한다.
이번 ‘2024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집계 결과 총 35개 분야에서 2관왕 1명을 포함한 개인 32명과 팀 2곳(스몰캡·ESG)이 1위를 차지했다. 깊이 있고 시의적절한 분석을 통해 각 산업과 주식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낸 주인공들이다.
올 상반기에는 2관왕이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 1명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3명 줄었다.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지난 조사에 이어 반도체·디스플레이, 전기전자·가전 2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지켰다.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023 하반기 조사에서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게 내줬던 엔터테인먼트·레저 분야 최고 위치를 되찾았다. 김경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중국·신흥국(글로벌 투자전략) 부문에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최초로 1위 자리에 오른 ‘뉴 페이스’는 인터넷·소프트웨어 부문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유통 부문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비롯해 총 11명으로 이전 조사 7명 대비 4명이 늘었다.
이번에 가장 많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한 리서치센터는 하나증권으로 사상 최대 수준인 13명에 달했다. 그 뒤를 신한투자증권(6명)과 메리츠증권·KB증권(각 5명)이 이으며 상위권을 이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및 전기전자·가전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전자·가전은 수출 효자이자 코스피를 견인하는 산업이다. 이처럼 중요한 분야를 맡은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수차례 1위를 차지한 낯익은 전문가다. 전반적인 산업의 방향성을 토대로 톱다운(Top-down) 방식의 보고서 작성을 선호하는 그는 반도체에선 삼성전자, 전기전자·가전에선 LG전자를 추천했다. 삼성전자는 ‘나무(HBM)보다 숲(범용 메모리)’의 성장세에 집중하며 3분기에 전분기 대비 28% 오른 13조3000억원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는 2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차전지
통신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상반기 첫 1위에 오른 뒤 올해까지 통신 부문 3연패를 달성했다. 그는 5G와 IPTV 등 주요 유무선 서비스가 모두 성숙기에 접어들며 통신사들이 기업 간 거래(B2B)와 비통신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선호주로 비통신 사업 성과가 두드러진 KT를 꼽았다. KT의 지난해 연결매출액 중 비통신 부문 연결 자회사 매출은 13조2736억원으로 전체의 41.9%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는 금융 분야 BC카드, 부동산 KT에스테이트, 미디어 KT스튜디오지니 등 다양하다.
스마트폰·통신장비
스마트폰은 경기침체, 시장포화 상태로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미세한 등락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단골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기저효과로 업황이 미미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AI가 새 전환점을 만들어낼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온 디바이스 AI’가 구체화되는 시기가 다가왔다는 점을 들어 핵심 전자부품인 적층세라믹콘텐서(MLCC) 및 패키지 기판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기를 추천했다.
인터넷·소프트웨어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 뛰어난 분석력을 바탕으로 첫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를 차지했다. “산업 측면에서 제시한 로직을 증명하는 동시에 기업 주가 흐름을 맞힐 때 희열을 느낀다”는 그는 정교한 숫자를 기반으로 가장 많은 산업 자료를 내는 애널리스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임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에 직면한 인터넷 사업보다 생성 AI 도입 등으로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임업종을 유망 투자처로 꼽았다.
엔터테인먼트·레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 상반기 엔터업계,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남다른 분석력으로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탈환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올림픽 영향에서 벗어나는 올 하반기 주요 엔터주의 본격적인 회복세를 점치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공동구매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내년 BTS 멤버 제대를 맞이하는 하이브를 최선호주로 정했다. 레저는 코로나 이후 가파른 실적 회복을 하고 있으나 강원랜드, 파라다이스의 대규모 투자와 야놀자의 나스닥 상장, 하나투어 매각 이슈 등 실적 외 이슈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디어·광고
지난해 하반기 미디어·광고 부문 1위 자리를 탈환한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에도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지켰다. 미디어·광고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광고 수익이 감소한 방송사들이 콘텐츠 투자도 줄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지인해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불황 속에 선방할 수 있는 대형주에 투자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특히 연말 ‘오징어 게임2’ 방영을 모멘텀으로 스튜디오드래곤 등 K-콘텐츠 제작사와 자회사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CJ ENM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유통
K-뷰티의 인기 상승을 예측한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탁월한 분석력으로 처음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김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에도 수출주 쏠림 현상을 예상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 국내 화장품의 인기가 미국은 물론 동남아, 유럽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글로벌 유통 인프라를 보유한 실리콘투를 주목할 종목으로 추천했다. 실리콘투는 이미 상반기에 관심을 받았기에 작은 리스크에도 주가 변동성이 높을 수 있지만 한국 화장품의 꾸준한 인기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꼽혔다.
운송
증권·보험·기타금융
이번 조사에서 첫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른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증권 업종을 담당하며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숨겨진 종목을 발굴하거나 시리즈 자료를 발간하는 등의 노력이 두드러졌다. 특히 치열한 신계약 경쟁 속에 급성장하는 보험 업종에 주목해 어려운 보험업을 쉽게 설명하는 ‘보험의 정석’ 시리즈가 좋은 평을 받았다. 임희연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 보험업종에서 배당률이 높은 대형 손해보험사에 주목하는 한편, 증권업종은 주식시장 변동에 따라 연동될 것을 예상하면서 톱픽으로 삼성증권을 추천했다.
은행·신용카드
21년 경력의 베테랑인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조사에서 2관왕을 차지한데 이어 올해에도 은행·신용카드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올랐다. 올해 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그는 일본 금융주들의 밸류업 사례를 분석해 국내 은행주에 대한 투자 판단에 기여했다.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밸류업을 중장기 상승 요인으로 보고 올 하반기에도 주주환원율 확대 등 밸류업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실시에 대해선 손실 우려가 크지만 금융지주사들이 적립할 추가적인 충당금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틸리티
지난해 하반기 유틸리티 부문 첫 1위를 차지했던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가 이번에도 자리를 지켰다. 문경원 연구원은 올 하반기 원자력발전과 LNG 사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2025년까지 체코, UAE, 폴란드, 네덜란드의 원전 발주가 기다리고 있고 천연가스 가격 하락 등으로 직도입 발전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측면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SK가스를 톱픽으로 제시했다.
자동차·타이어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데이터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는 시점에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시장 전환에 대한 고민과 통찰을 담은 보고서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에도 현대차·기아의 호실적과 이로 인한 주주환원과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기아가 북미 수출과 함께 대세인 하이브리드차량(HEV) 판매비중을 확대한데 따른 것이다. 동시에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화웨이 카(HIMA)에 조향장치와 현가장치를 납품하는 만도를 톱픽으로 꼽았다.
조선·중공업·기계
올 상반기까지 조선·중공업·기계 부문 5연패를 달성한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전망대로 조선은 판매자 주도 시장이 지속되며 상승을 이어갔다. 최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 한국 조선사들의 올해 매출이 300억 달러(39조원)을 넘는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22년부터 고가물량 건조가 시작된 점, 외국인 인력 투입으로 인력 부족과 가파른 인건비 상승 문제를 잡은 점 등을 들어 중장기 투자를 추천한다. 추천 종목에선 역발상이 돋보인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인력부족으로 인한 공정 차질이 심했으나 올해 PC선을 50척 수주한 HD미포조선과 방산에선 선도주인 한화 오션 대비 PER이 낮은 HD현대중공업을 추천했다.
제약·바이오
제약회사 신약개발팀 출신인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올 상반기 제약·바이오 부문 첫 1위에 올랐다. 6년간의 연구개발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추천종목을 자신의 이름을 딴 ‘엄니버스’로 묶어 자신 있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중 과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바이오텍, 알테오젠이 톱픽으로 꼽혔다. 엄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에 대형주와 소형주가 두루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생물보안법 수혜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분기부터 짐펜트라 미국 매출이 개시되는 셀트리온, 8월 레이저티닙의 FDA 허가를 앞둔 유한양행 등이 유망할 전망이다.
석유화학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016년 상반기부터 석유화학 부문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시황 변화에 대한 시의적절한 보고서로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다. 윤 애널리스트는 특히 매주 일요일 시황보고서를 작성해 적절한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으려 노력하는 한편, 중소형주에 대한 정보도 업데이트해 종목 선택의 범위를 넓혔다. 그가 내놓은 석유화학 시장 하반기 전망은 중국경기 회복 및 인도 시장 급성장에 따른 온기가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애널리스트는 인도에서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해 해당 시장에 침투할 수 있는 금호석유, KCC, 유니드 등 톱티어 업체를 추천했다.
식음료·담배
2016년부터 주력인 식음료·담배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지켜온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에도 어려운 시장환경이 지속될 것을 점쳤다. 침체한 내수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역시 해법이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해외진출을 선택이 아닌 필수전략으로 보고, 글로벌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확보한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을 추천종목으로 꼽았다. 무엇보다 K-푸드가 전과 달리 한국인과 입맛이 전혀 다른 미국, 유럽에서 경쟁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큰 폭의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반기 최선호주는”…베스트 애널리스트 23인이 추천한 투자 전략[2024 베스트 애널리스트②] 편에 계속>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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