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전북과 충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극한 호우가 관측됐다. 폭우 이후에는 서울 등 중부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도깨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폭우의 강도가 세지고 빈도가 높아지며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리는 등 한반도에 아열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북 군산에선 오전 1시42분부터 2시42분까지 1시간 동안 131.7㎜의 비가 내렸다. 연 강수량(1246㎜)의 10%가 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시간당 131.7㎜는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 기준으로 역대 최고 강수량이다. 정식 기상관측소 기록은 아니지만 군산 어청도에선 시간당 146.0㎜의 비가 내리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도”라고 분석했다.
새벽에 100㎜의 ‘폭포수’ 비가 쏟아진 충청, 전라 지역에서는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3시께 충남 논산의 한 오피스텔 승강기 안에서 남성 시신 1구가 발견됐고 오전 3시57분엔 서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70대 남성이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행정안전부는 오전 2시30분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가 이날 오후 8시 30분경 전국적으로 호우가 잦아들면서 해제했다.
비가 그치자 수도권 지역에서는 푹푹 찌는 날씨가 나타나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오는 15일까지 서울, 충청, 강원 등 중부 지역의 폭염을 예고했다. 서울 양천구에는 전날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됐다. 해당 지역에서는 2명의 첫 군집 사례가 확인됐다. 서울에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군집 사례는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서 2명 이상 환자의 증상이 14일 이내 발생하고 이들 거주지 거리가 1㎞ 이내인 경우를 말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18일 전국에 말라리아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 양천구, 종로구, 광진구 등 서울시 13개 구를 포함했다.
전문가들은 장마 이후 말라리아가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주로 경기 파주·연천 등 북한 접경지역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점차 남하하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말라리아 환자는 213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292명보다 적다.
조철오/최해련/오유림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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