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하반기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선회하겠지만 환율 요인 때문에 금리를 내릴 여력은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띈 결과는 한국은행의 첫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다. 최근 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는 8월 인하는 소수 의견(5명)에 그쳤다. 10월을 선택한 응답자가 10명(50%)으로 가장 많았고 11월 이후를 택한 전문가도 4명(20%)에 달했다.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10명 중 7명이 금리 인하를 10월 이후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채권시장의 예상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1~3.2%대로 이미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너무 이른 금리 인하 가능성’이 아직은 ‘너무 늦은 인하 가능성’보다는 약간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Fed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일반적인 통념과 거리가 있었다. 찬성과 반대가 10명씩으로 팽팽히 맞섰는데, 10월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한 응답자 중에서도 5명이 찬성 의견을 냈다. 찬반 의견은 주로 환율과 경기를 보는 관점에 따라 갈렸다.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응답한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수 부진과 물가 안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세수 결손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고 재정지출 여력은 축소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미 Fed와 다른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디커플링되고 있다”며 “우리도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한은 부총재를 지낸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은행이 급하게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다”며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부작용 우려가 있고,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환율 수준에 대해 묻자 ‘1350~1400원 미만’을 예상한 응답자가 9명(45%)으로 가장 많았다. ‘1300~1350원 미만’도 8명에 달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국 경기 호조와 인플레이션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원화 약세는 이로 인한 내외 금리 차와 내수 등을 반영하는 것인데 빠르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좌동욱/강진규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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