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의 향수를 가진 사람이라면 중국 고사보다 온라인 서비스 천리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1985년 한국데이터통신(LG데이콤 전신)의 전자사서함 서비스로 출발한 국내 첫 PC통신이다. 하이텔(한국통신), 나우누리(나우콤), 유니텔(삼성SDS)과 함께 1990년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PC통신 대중화는 ‘IT(정보기술) 문화 강국’의 시발점이었다. ‘삐이익 삐익 삐익’ 고유의 연결음으로 시작되는 서비스는 느린 속도와 비싼 전화료에도 천리안이란 이름처럼 시공간을 초월해 사용자의 정보와 소통을 무한 확장했다. 이메일, 게시판, 채팅방, 동호회(카페), 온라인 장터, 게임, 소설 등 지금은 보편화한 온라인 서비스 대부분이 이때 탄생했다. PC통신 이용자로 구성된 ‘네티즌’은 거대한 문화 현상을 만들었다. 온라인 동호회 붐으로 ‘정모’ ‘번개’가 유행하며 서울 종로 YMCA와 강남역 뉴욕제과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온라인 채팅으로 사랑을 맺는 커플이 속출했다. PC통신을 통해 연인으로 발전하는 영화 ‘접속’은 한국 멜로의 전설이 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인터넷 등장으로 웹 서비스가 활성화되자 PC통신은 급격히 쇠락했다. 뒤늦게 인터넷 포털로 전향했지만 네이버, 다음 등에 밀려 하향길을 걸었다. 하이텔과 나우누리, 유니텔이 각각 2007년, 2012년, 2022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한 천리안마저 오는 10월 말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면서 PC통신 시대는 3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PC통신과 함께 한 시절을 풍미한 삐삐(무선호출기), MP3 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 수많은 IT 기기와 서비스도 쇠락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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