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장에 출시된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평균 1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몇 년간 폐배터리가 쏟아질 것이란 의미다. 무수한 폐배터리가 쓰레기로 폐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골자다.
폐배터리가 사용되는 방안은 두 가지다. 전기 저장 등의 성능이 신제품 대비 90% 수준을 유지한다면 약간의 보수 과정을 거쳐 다시 신차에 ‘재사용’할 수 있다. 신제품 대비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에는 리튬 등 각종 광물을 다시 뽑아내는 ‘재활용’ 과정을 거친다.
그동안 폐배터리 시장은 주로 광물 재활용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기차에 사용한 배터리는 10년 정도의 수명을 다하고 나면, 80% 안팎의 전기 저장 성능이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빼낸 배터리는 ESS로 일차적으로 쓰일 수 있다”며 “중국만 해도 주요 통신사가 각각의 기지국에 사용 후 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S로서의 수명이 끝나면 열을 가해 녹인 후 가루 형태로 만들어 니켈 등의 핵심 광물을 뽑아 쓸 수 있다.
폐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전기차·배터리업계 전체의 정보 투명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제품별로 ‘성능을 얼마나 유지하는지’ ‘사고가 얼마나 나는지’ 등의 정보가 모두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셀 제조사 간 힘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누가 통제할 것이냐의 싸움이다. 그동안 배터리 제조사들은 자동차 회사에 배터리를 납품한 이후에는 자사 제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성능은 얼마나 유지하는지 등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산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는 차량 탑재 후 운전자 성향에 따른 배터리 성능 변화를 배터리셀 제조사와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 경쟁을 어떻게 조율하고, 산업화할 수 있을지가 제도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성상훈/허세민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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