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만이 답이었던 '간경화'···초음파 치료법 국내 의료진 최초 개발

입력 2024-07-11 08:12   수정 2024-07-11 08:13



국내 연구진들이 간이식으로만 치료가 가능했던 간경화를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해 냈다.

경희대학교 생체의공학과 박기주 교수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과 박기수 교수 공동 연구팀이 히스토트립시(Histotripsy)를 이용해 간경화 조직을 비침습적으로 파쇄하고, 주변 간 조직의 재생을 통해 간경화를 치료할 방법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간경변증 또는 간경화는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간조직이 섬유화 조직으로 변해 간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간 기능 장애로 인해 황달, 복수, 간부전, 간성 뇌증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하고, 간암의 선행 병변으로 알려져 있다.

간경화에 대한 치료는 현재 간이식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식에 필요한 공여 장기의 부족과 간 이식 대기 중에 환자 증세 악화로 인한 간 이식의 치료 효과 제한이 있어, 새로운 치료적 접근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기주, 박기수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집속초음파 기반 생체조직 파쇄 기술인 ‘히스토트립시(Histotripsy)’를 간경화 치료에 활용할 방법을 연구했다. 히스토트립시는 높은 음향 압력을 갖는 충격파를 사용해 초음파 초점에서 음향 캐비테이션을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생체조직을 열 손상 없이 물리적으로 파쇄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고정밀 히스토트립시로 섬유화된 간경화 조직만을 물리적으로 파쇄하면, 치유과정의 일환으로 파쇄된 간경화 조직 주변의 정상 간세포 증식이 일어나고, 이 과정이 간 재생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에 따라 간경화 동물 모델 실험을 진행하고, 90일간 추적 관찰을 통해 가설을 검증했다.

연구 결과 히스토트립시 처리 간 조직에서 히스토트립시를 처리하지 않은 간 조직에 비해 간경변증 정도가 현저히 줄었고, 간 섬유증의 지표로 알려진 단백질 ‘α-SMA’의 발현이 감소했다. 또한 히스토트립시는 간경화가 진행된 간에서 간세포 특이지표인 ‘ASGR1’의 발현을 증가시켜 효과적인 간 재생 능력을 보였고, 간경화 동물에서 악화된 혈액 간기능 수치인 AST와 ALT도 감소시켜 유의한 간기능 개선의 효과를 보였다. 90일간의 실험 기간에 모든 동물에서 히스토트립시와 관련된 특별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박기주 교수는 “간경화 동물 모델에서 히스토트립시 치료를 통해 간경화 조직을 비침습적으로 파쇄하고 간 재생을 촉진하면서도 특별한 부작용이 없음을 확인했으며, 간 기능의 지표도 개선됐다. 이는 히스토트립시가 간경화의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학계 최초로 밝혀낸 결과이다.”라고 설명했다.

박기수 교수는 “히스토트립시의 간경화 진행 억제와 간기능 개선 효과는 간경화로 간 이식 대기 중인 환자들의 증세 악화를 막을 수 있어 기존 간 이식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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