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어야 하고 저작자는 인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않은 자는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간단한 프롬프트를 입력해 만들어진 산출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인간이 창작적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저작물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저작권의 대상도 될 수 없다. 그런데 생성형 AI의 산출물은 어떤 경우라도 저작물이 될 수 없는 것일까.
‘AI수로부인’이라는 영화는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나리오부터 이미지, 영상, 인물의 목소리, 음악 등을 모두 AI를 사용해 만들었다.
생성된 산출물들을 창작적으로 선택, 배열, 구성해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편집저작물’로 저작권 등록을 받았다.
물론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특정 이미지나 영상 등 개개의 산출물 자체가 각각 저작물로 인정된 것은 아니고 이를 창작적으로 선택, 배열, 구성한 대목에 한해서만(이는 사람이 한 것이므로) 저작물성을 인정받은 것이긴 하다. 그러나 이 사례는 생성형 AI의 산출물이기만 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저작물이 될 수 없다는 일종의 ‘편견’을 깨뜨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미국 저작권청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인간 창작자가 AI 산출물을 충분할 정도로 개변(modify)하는 경우에도 인간의 창작성이 기여한 부분에 관해서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만약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최초의 산출물을 소재로 삼아 인간 창작자가 이를 자신의 의도에 따라 수차례 개변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최종 결과물이 인간 창작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이와 같은 최종 결과물은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을까.
중국에서는 A라는 사람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아시아계 젊은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다음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했다. 그런데 B라는 사람이 위 이미지를 무단 복제해 전송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베이징 인터넷 법원은 A가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를 저작물로 인정하고 B가 이를 무단으로 이용한 행위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베이징 인터넷 법원은 A가 인물과 그 표현방식 등의 요소에 대해 제시어를 선택하고 순서를 정해 입력하면서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다양하게 매개변수를 변경하는 등 창작 과정 전반에 걸쳐 지적 노력을 투입했기 때문에 해당 이미지는 창작적 노력에 의한 것으로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봤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성형 AI 산출물에 대해 위 중국 판례와 동일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까. 프롬프트의 입력이 아이디어나 소재의 제공 정도에 불과하다면 이를 통해 만들어진 생성형 AI 산출물이 ‘저작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프롬프트의 입력이 ‘아이디어나 소재의 제공’ 정도를 넘어설 정도로 상세하고 구체적인 것이라면, 인간이 최종 결과물의 구체적인 표현에 대한 청사진을 보유한 상태에서 생성형 AI를 일종의 창작 도구로서 사용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최종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그 창작 과정 전반을 의도하고 지배하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단순히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작물성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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