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비자 AI 부문 총괄인 무스타파 슐레이만은 AI와 바이오 혁명의 결합으로 생체컴퓨터(biocomputer)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주창했다. 그들의 현란한 창조적 예언 덕분에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올해에만 수십차례 경신 중이다.
그런 AI를 보유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차이는 존망을 가를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투자금이 얼마나 들어가든, 최고 성능의 AI 개발에 ‘올인’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AI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 투자에 특화된 시노베이션 창업자 리카이푸는 AI를 전기에 비유한다. 전기의 발견으로 인류는 산업화라는 전대미문의 퀀텀점프를 달성했다. 리카이푸가 보기에 AI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파괴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존재다.
리카이푸는 AI 혁명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는 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AI 슈퍼파워>에서 “현실 세상과 몸으로 부딪치며 일하고, 이익에 굶주려 있고, AI 전문가들과 팀을 이뤄 딥러닝이 가진 변혁의 힘을 실세계 산업에 구현하는 기업가들이 주역이 될 것이다”고 썼다. 물론, 그 주역은 중국의 기업가들이다.
AI 전쟁에서 중국은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엄청난 실생활 데이터는 AI 학습을 위한 무궁무진한 식량이다. 서방의 민주주의 국가는 엄두도 못 낼 세밀한 개인 데이터를 바이두 등 중국의 AI 기업들은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전기를 생산할 석탄과 석유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과 같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AI 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시진핑 체제는 AI를 산업적인 관점을 넘어 국가안보, 더 나아가 핵무기급 ‘터닝 포인트’ 기술로 여긴다. 미국과 유럽이 AI 기술의 통제 불가능한 확장을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중국은 그들만의 길을 갈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가 2022년에 기존의 트랜스포머 모델보다 31배 더 큰 530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트랜스포머 모델인 메가트론-튜링 자연어 생성(MT-NLG) 모델을 구축하자, 베이징 인공 지능 아카데미는 GPT-3의 10배에 달하는 1조7500억개의 매개 변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델을 선보였다. 수조개의 매개변수를 갖고 있는 두뇌 규모-브레인 스케일 모델은 앞으로 AI 분야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의 국회와 정부는 AI 전쟁의 방관자인 양, 강건너 불구경이다. 세계 강국들이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와중에 ‘배신의 정치’ 운운하는 여당 대표 후보들의 행태는 목불인견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AI 종속을 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미국과 중국 어디에 종속될 지, 선택지만 남을 뿐이다. 여의도만 ‘딴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가.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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