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수 확보보다 세출 감시가 우선

입력 2024-07-11 17:52   수정 2024-07-12 00:45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대상 업무보고는 한 편의 데자뷔였다. 야당은 세수 결손(예산보다 적은 국세 수입)의 원인을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시절과 마찬가지로 부자 감세로 지목했다. 반면 최상목 부총리는 전임자가 한 것처럼 예상보다 낮은 기업 실적 탓으로 진단했다.

원인이 무엇이든 현재 세수 결손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지난달 말 기재부가 발표한 5월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누계 국세 수입이 15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조1000억원 감소했다. 작년에 56조4000억원의 역대 최대 세수 결손을 경험했는데, 벌써 작년보다 국세 수입이 저조한 것이다. 특히, 예산 대비 세수 진도율은 41.1%로 단순 월 기준 41.6%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작년(46.6%)은 물론 최근 5년 평균(47.0%)에도 크게 못 미친다. 최상목 부총리도 “어느 정도 예상보다 부족할 것 같다”며 세수 결손을 인정했다.

세수 결손은 국가 재정을 악화하고 재정 건전성을 저해한다. 이는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기업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하락시킨다. 또 누적된 세수 결손은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사회복지 등 공공서비스의 양이나 질을 떨어뜨린다. 가령, 2020년 7월부터 이어온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작년에 종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역대 최대 규모 세수 결손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세수 결손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수 결손 내용을 살펴보면, 소득세는 전년 대비 3000억원 증가했으며 부가가치세는 무려 5조4000억원 늘었다. 우리 국민 개개인이 부담하는 세수는 절대로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법인세는 15조3000억원이나 감소해 예산 대비 세수 진도율이 36.5%에 불과하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하는 등 우리 경제에 대한 대내외 전망이 연초보다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괄목할 만큼 변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세수 결손을 줄이려고 국민의 월급봉투에서 고혈을 더 짜낸다면 소비심리를 악화해 내수 침체를 더욱 가속화할 뿐이다. 고물가·고금리·저성장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더 피폐하게 만들면 안 된다. 그래서 이번 세수 결손은 세수를 모으는 것이 답이 아니라, 불요불급한 세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산 낭비는 불법적인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포함한다. 대표적인 게 저출생 예산이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생 극복을 위해 국비 198조7000억원(국회예산정책처, 2021년)을 쏟아부었는데, 2021년 출산율은 0.81명으로 계속 감소했다.

명분만으로 예산을 투입하지 말고 정확하고 정밀한 성과평가에 기반해 세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저출생이나 공적개발 원조 등 명분 중심의 역대급 세출 항목은 그에 맞는 세출 감시와 철저한 성과평가가 요구된다. 이런 세출 감시는 중앙정부 부처나 산하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지방 예산에도 적용돼야 할 것이다. 역대급 세수 결손 상황에서도 지방교부금으로 무분별한 관광예산을 지출하거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위한 복지관을 건립하는 것과 같은 세수 낭비 사례는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국회는 세수 결손의 원인에 대해 사후 공박만 벌이지 말고, 세수 결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성과평가나 총사업비 관리 등 세출 감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회가 솔선해 지역구의 세출 낭비를 막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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