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년 전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의 핵심 요구였던 안전운임제 법제화를 당론으로 추진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시장의 자유로운 가격 결정을 저해하고, 운임 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도 폐지를 관철한 제도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가맹사업법 등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큰 법안들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2022년 말 안전운임제 일몰이 다가오자 “제도를 일몰이 없는 상시법으로 바꾸고, 컨테이너와 시멘트에만 해당하는 품목도 확대해달라”며 총파업을 벌였다. 이어 벌어진 물류대란에도 윤석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원칙적인 대응을 해 화물연대는 결국 소득 없이 파업을 접었다.
정부는 이듬해 2월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 도입과 지입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며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정부와 수출업계는 안전운임제가 운송시장의 ‘소비자’인 화주에게까지 안전운임 준수를 의무화한다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한다. 화주→운송사업자→화물 차주로 이어지는 화물 운송 흐름에서 화주는 운송사업자에게 화물을 맡기는 소비자일 뿐 운송시장의 ‘공급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운임제는 화주가 운송사업자에게 ‘안전운송운임’을, 운송사업자는 화물 차주에게 ‘안전위탁운임’을 지급하도록 강제한다. 이를 어길 경우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에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도입 당시 화물 노동자의 졸음운전과 과속·과적 비율이 크게 줄었다”(이연희 의원)며 상시 법제화를 들고나왔다. 수출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 관계자는 “안전운임제가 시행됐을 때 육상 물류비용이 30%가량 상승했다”며 “수출 중소기업이 물류비 상승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안전과 관련 없는 각종 부대 비용이 반영돼 운임 상승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안전운임 비용을 화주에게까지 부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21대 때 추진한 표준운임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표준운임제는 화주가 운송사업자에게 일정 운임을 지급하도록 권고할 뿐 강제하지는 않는다.
한재영/배성수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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