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영은 2013년부터 무대에 섰다. 자신을 ‘무용수’라고 인정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무대에서 보여주는 내 몸짓을 춤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무용한다고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한 동료가 휠체어에서 내려와 표현해보라고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휠체어 없는 본인 모습을 보여주는 건 마치 나체로 관객 앞에 서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2019년 공연 ‘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에서 그는 휠체어 없이 무대를 독무로 채웠다. 관객을 무대로 불러내 함께 바닥을 구르는 퍼포먼스도 짰다. 그는 “여전히 휠체어 없이 움직이는 건 벌거벗은 느낌이 없지 않다”면서도 “무용수로서 기존의 관습과 전형을 뛰어넘을 수 있는 몸을 가졌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했다.
책은 김원영이 변호사에서 전업 무용수로 정체성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장애 인권을 공부하고 글을 쓰는 방식으로 본인을 꾸준히 외쳐왔지만 어딘가 공허했다. 말과 언어를 비롯한 관념으로 타인 앞에 서는 것보다 물리적 신체를 가진 존재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무용은 그런 그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그는 “변호사보다 무용수가 더 적성에 맞는다”며 “창조적이며 개방적인 분위기도 좋고, 몸을 쓰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춤’은 ‘잘 추는 춤’과 다르다고 했다. 좋은 춤은 사회가 아름답다고 규정한 특정한 몸과 움직임의 범위에서 벗어나 더 넓은 의미로 확장한 움직임이다. 신체 조건과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 한 시대의 가치관, 예술에 분명한 문제의식을 던지고 커다란 존재감으로 관객에게 닿을 수 있는 선명한 춤이 그에게는 좋은 춤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저뿐만 아니라 장애인 창작자들이 제도권에서 예술을 배우긴 쉽지 않습니다. 저는 좋은 춤을 추는 데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무대 바닥을 뒹굴고, 어깨와 팔로 중력을 밀어내며, 온몸을 이용해서요.”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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