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횡령 사고를 낸 경남은행, 우리은행 등이 줄줄이 대형 로펌을 선임해 책무구조도 초안 작성을 마쳤고, 증권·보험사들도 하나둘 뛰어드는 추세다. 주요 로펌 중에선 율촌이 압도적인 자문 실적을 올리는 가운데 김앤장, 태평양, 광장 등이 추격전에 나섰다.
12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상위 6대 로펌 중 현재까지 책무구조도 관련 최다 자문 실적을 낸 곳은 법무법인 율촌이다. 율촌은 우리금융지주·은행, NH금융지주·농협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DGB금융지주, 대구은행, 메리츠금융지주 등 여러 금융사에 자문을 제공했고, 메리츠화재·증권, 미래에셋생명, 신한투자증권 등 보험·증권사와도 계약을 맺었다.
작년 6월 금융위원회에서 책무구조도 도입 방침을 발표한 직후 율촌에 자문 수요가 몰렸는데, 금융규제팀장을 맡은 김시목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변호사는 2011년 금융위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 사무관으로 지배구조법 제·개정 작업에 참여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2022년 8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발족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도 합류했다. 책무구조도 제도 자체가 국내에선 워낙 생소하다 보니 제도 설계에 직접 관여한 김 변호사의 몸값이 뛰기 시작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의 구체적 책무를 지정한 문서로, 금융사고 등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그레이존(모호한 영역)이 많아 타사 선례와 시행착오 등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구조 때문에 자문을 선점한 쪽으로 쏠린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로펌들은 개별 수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감원 출신 인사를 다수 영입해 ‘금융 강자’로 떠오른 화우는 신한금융지주 카카오뱅크 KB손해보험 등에 관련 컨설팅을 제공했다. 김앤장이 참여하는 은행연합회 실무 작업반 TF에도 합류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3000억원대 횡령 사고가 있었던 BNK금융지주와 BNK금융그룹 내 자회사들은 광장에 자문을 의뢰했다. 광장은 수협은행, 서울보증보험 등에도 자문했다. 태평양은 하나금융지주·은행·증권과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세종은 기업은행,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마스턴자산운용 등과 자문 계약을 맺었다.
책무구조도 도입 관련 자문은 초기 단계에는 딜로이트 등 컨설팅펌으로 몰렸지만, 금융업권 전반에 대한 이해와 법률적 쟁점까지 세부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로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자문 비용 절감을 위해 컨설팅펌과 로펌이 짝을 지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도 컨소시엄 없이 로펌 독자적으로 자문을 수행한 사례도 있다. 세종의 기업은행 자문 건이 업계 첫 케이스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로펌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책무구조도”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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