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엘니뇨(적도 부근에서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로 코코아 가격이 세 배 급등했는데 하반기 미국과 중국 등에 홍수나 가뭄을 일으키는 라니냐(적도 부근에서 수온이 내려가는 현상)가 도래해 농산물 가격이 뛸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옥수수, 대두, 밀 등 3대 농산물에 투자하는 ‘KODEX 3대농산물선물(H)’은 최근 3개월 동안 6.9% 하락했다. 지난 5월 저점 대비 13.2% 오르며 상승세를 타는 듯했으나 최근 세계 2위 곡물 생산국인 미국의 곡물 작황이 개선되면서 조정을 겪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조정장을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옥수수, 대두, 밀 등 주요 곡물 가격이 내려간 것은 엘니뇨로 미국 곡창지대에 강수량이 늘어난 덕분인데 하반기에는 미국에 가뭄과 강추위를 몰고 오는 라니냐가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미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라니냐 발생 가능성은 오는 8~10월 80%에 달한다. 연말에는 86%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반면 올 상반기 코코아 산지 아프리카에 심각한 가뭄 피해를 일으킨 엘니뇨가 일어날 가능성은 연말까지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 엘니뇨가 코코아 가격 급등세를 촉발했다면, 하반기에는 라니냐가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라니냐가 중국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라니냐는 중국의 주요 곡창 지대에 평년보다 긴 장마를 불러일으킨다. 2020년 라니냐 영향으로 중국 주요 곡창 지대에 1998년 이후 최대 규모 홍수가 발생해 옥수수와 대두 가격이 두 배 이상 치솟았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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