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석달 만에 '흥행의 핵' 떠오른 윤이나 "우승, 언젠가 할 수 있다 자신"

입력 2024-07-12 05:00   수정 2024-07-12 10:44



1년 8개월 간의 공백이 있었나 싶다. 13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만 3번, 6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 경기가 느슨해질 즈음이면 어느샌가 리더보드를 흔들며 판도를 바꿔버리길 수차례. 투어에 복귀한지 넉달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고의 흥행 카드로 자리잡은 윤이나(21)가 주인공이다.

KLPGA투어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1라운드가 열린 11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CC에서 윤이나를 만났다. 이날 버디 3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2언더파 70타로 공동 31위로 대회 첫 날을 마친 그는 "초반에 스타트가 좋았는데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아 후반으로 갈수록 샷이 조금씩 흔들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징계 마치고 복귀… 석달만에 '흥행 치트키'

이제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KLPGA 투어 2024 시즌은 윤이나를 빼고 설명할 수 없다. 시작부터 떠들썩했다. 지난 1월, KLPGA 이사회는 윤이나에 대한 3년간 출정정지 징계를 1년 6개월로 감경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윤이나는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자신의 공이 아닌 것으로 플레이한 사실을 뒤늦게 고백해 3년 출전정지의 중징계를 받은 상태였다. 그의 구제를 요청하는 탄원서가 5000건 넘게 접수됐고, 그 자신 역시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투어 13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전액 기부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 참작됐다.

감경 결정으로 윤이나의 복귀가 현실화되자 골프계 안팎에서는 찬반이 강하게 부딪쳤다. 19세 어린 선수의 실수에 대해 한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동정론과 골프의 근간인 '정직'을 뒤흔든 행위에 대해 협회가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맞섰다. 동료 선수들의 분위기도 냉랭했다.



안팎의 부담을 안고 시작한 복귀 시즌. 윤이나는 넉달 만에 '흥행의 핵'으로 떠올랐다. 첫 3개 대회에서 몸풀기를 마친 뒤 시즌 첫 메이저였던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9위로 첫 톱10을 만들었고, 이어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동갑내기 이예원(21)과 우승 경쟁 끝에 준우승을 거두며 투어에 완전히 적응했음을 알렸다.

다시 한번 숨고르기를 이어간 그는 지난달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1~3라운드까지 선두권을 지킨 그는 최종라운드에서 KLPGA투어 최고 스타 박현경(24)·박지영(28)과 4차 연장까지 이어진 혈투로 올 시즌 가장 짜릿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지난주 롯데오픈에서는 선두와 8타 차이로 시작한 최종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몰아치며 연장전에 돌입해 빛나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윤이나는 "롯데오픈에서는 아쉬움보다 뿌듯함이 더 컸다"며 "8타 차이였는데 연장으로 가는 기회를 만들어냈기에 정말 즐거웠다고,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줬다"고 활짝 웃었다. 완주한 2개 대회 연속 연장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데 대해 "그 경험을 통해 제가 더 성장했고,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무사 복귀가 목표였던 시즌… 만점 주고파"

올 시즌은 그에게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시간이다. 이제 전반을 마무리하는 시점, 윤이나는 "점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인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일을 겪었고 헤쳐나가는 법을 배웠기에 만점을 주고 싶다"며 "매 순간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부담이 적지 않았을 올 시즌, 윤이나는 "무사히 복귀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털어놨다. 우승, 상금 얼마 등 결과로서의 목표가 아닌, 팬들과 만나고 경기를 치르는 그 자체를 잘 해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오래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늘 행복했어요."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팬들과 열심히 소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징계 이후 1년 반 동안의 공백은 이제 갓 투어에 데뷔한 선수에게 치명적인 결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윤이나는 시즌 초반 몇 대회를 제외하고는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며 뛰어난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윤이나 측 관계자는 "징계 기간 동안 현역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혹독한 연습을 했다"고 귀띔했다. 거의 매일 9홀을 돌며 경기감각을 유지하고 체력훈련을 독하게 해냈다고 한다.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 투어로 간 것 역시 실전경험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징계 기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갈고닦은 실력은 투어에서 곧바로 빛을 발하고 있다. 각 대회마다 정해진 2개 홀에서 티샷 거리를 측정해 평균을 내는 드라이브 거리 순위에서는 방신실, 황유민에 이어 3위를, 파4·5홀 모든 티샷의 평균 거리에서는 259.8야드로 투어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280야드 이상을 날린 홀만 67개에 이른다.

아이언샷도 잘친다. 그린적중률 2위(79.3%), 벙커세이브율 2위(81.2%)를 기록하고 있고 평균타수 70.2로 투어 3위다. 이같은 기세를 앞세워 상금랭킹 6위, 대상포인트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승? 열심히 하면 선물처럼 다가올 것"

지난달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친 뒤 윤이나는 "이제야 루키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2022년 루키인 윤이나는 올해 3년차 프로이지만, 정규투어에서 치른 대회 수는 이번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으로 29개가 됐다. 딱 1년 가량의 대회를 치른 셈이다.

'루키를 끝낸 기분'에 대해 묻자 윤이나는 "아직 어리숙하지만 조금은 성숙해졌다"고 답했다. "여전히 부족함이 많지만 대회 출전 경험이 쌓이면서 저에게 부족한 부분을 더 느끼고 발견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늘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경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는 올 시즌 강자들 상당수가 자리를 비웠다. 올 시즌 각각 3승, 2승을 거둔 이예원과 박지영은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했고, 3승과 대상상금랭킹 1위 박현경은 휴식을 선택했다.

윤이나로서는 기다리던 복귀 첫 승을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그는 "모두 저보다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어떤 선수의 출전 여부에 따라 제가 (우승)경쟁을 못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컨디션이 좋다면 우승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 선물처럼 다가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회가 끝나면 KLPGA투어는 2주간 휴식기에 들어간다. 그리고 윤이나는 정규투어에서 처음으로 가을 시즌을 맞게 된다. 다시 한번 서게 될 출발점을 위해 그는 이미 철저한 계획을 갖춰둔 상태다. "시즌 하반기에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코스가 많아요. 2주동안 그 코스들을 파악하기 위한 라운드를 많이 잡아놨습니다. 체력적으로도 더 보완해서 하반기에도 멋진 모습 보여드릴게요."

정선=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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