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때마다 꼭 챙겼는데…'모기 기피제' 몰랐던 사실 [건강!톡]

입력 2024-07-14 19:06  



"맞다. 모기 스프레이 사야지. 일단 캠핑장 도착하면 되는대로 계속 뿌려야 하니까 넉넉하게 사서 가자."

지난 주말, 서울역 역사 내 약국 부근에서 모기 기피제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처럼 휴가를 나서다 불현듯 떠올라 제품을 사려는 수요로 매년 이맘때 기차역이나 공항에선 스프레이, 로션 형태의 모기 기피제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실제로 최근 GS25에 따르면 지난달 모기 기피제를 포함한 방충·살충 용품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모기 기피제의 인기가 늘어가는 가운데,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모기 기피제 사용 시 이용 연령을 꼭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모기 기피제 중 팔찌형·스티커형 제품은 시중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11일 식약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모기 기피제의 유효 성분인 △디에틸톨루아미드 △이카리딘 △에틸부틸아세틸아미노프로피오네이트(IR3535) △파라멘탄-3,8-디올 등은 성분 종류나 농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연령이 제각기 다르다.

예컨대 디에틸톨루아미드가 10% 이하로 포함된 제품은 생후 6개월 이상부터 사용이 가능하지만, 성분 함량이 10% 초과 30% 이하인 제품은 12세 이상부터 사용해야 한다. 이카리딘은 의학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성분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역시 6개월 미만 영아에게 사용할 수 없다. IR3535는 6개월 미만 영아에게 사용할 경우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파라멘탄-3,8-디올은 4세 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다.

모기 기피제란 모기를 죽이는 효과는 없으나 모기가 싫어하는 성분을 이용해 접근을 차단하게끔 하는 제품을 말한다. 액체형 스프레이나 로션 등의 형태가 대표적으로, 팔·다리·목 등 노출된 피부나 옷·양말·신발 등에 뿌리거나 얇게 도포해 사용한다.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모기 기피제 외에도 약국이나 편의점, 마트에선 팔찌, 스티커 형태의 '모기 패치'와 같은 제품도 인기다. 이에 식약처는 "의약외품 모기 기피제 중 팔찌나 스티커형으로 허가된 제품은 없다"고 강조했다.

팔찌·스티커형 제품은 모기 기피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제품들은 대개 시트로넬라나 유칼립투스 등 천연식물에서 유래한 '향'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방향제 형태의 공산품에 그쳐, 식약처가 효과를 입증한 제품은 아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는 향기 나는 팔찌·스티커를 모기 기피제로 오인해 잘못 구매하지 않도록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모기 기피제에 관해서도 "건조한 피부나 예민한 부위에는 알레르기 등 과민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니 도포하지 말고, 가급적 옷이나 팔·다리 등에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에틸톨루아미드 성분 기피제의 경우 피부에 자극적일 수 있으므로 권장 사용 연령을 꼭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폭발 위험이 있는 스프레이형의 경우 화기 근처에 두지 말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모기 기피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배경에는 모기의 활동 시기가 앞당겨진데다 길어졌다는 특징이 자리한다. 서울시가 매년 가동하는 디지털모기측정기(DMS)도 2022년까지는 매년 5월 1일 채집을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4월 15일, 올해는 4월 1일로 점점 가동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DMS를 기반으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모기예보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평균 모기 활동지수는 지난달 2일부터 20일까지 18일 연속으로 최고치인 '100'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평균 지수는 72였다. 습도와 강수량, 기온 등의 영향으로 모기 활동이 예년보다 활발해졌다는 분석이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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