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끊고 전단지 뿌리려고요."
배달의민족이 다음 달부터 쿠팡이츠와 마찬가지로 배달 중개 수수료를 9.8%(부가세 별도)로 3%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외식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의존적으로 변화하면서 동반 성장을 이룩한 외식업계지만 내수 침체, 원자재·임금 물가 상승에 배달앱 수수료 인상까지 '3단 펀치'를 맞으면서 "참을 만큼 참았다"는 분위기다.
배민사장님은 배달의민족 앱에 입정하려는 자영업자들에게는 필수 앱이다. 주문 접수부터 배달대행사 연결 등을 다루는 앱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배달 앱은 자영업자들에게 생존을 위해 필수로 여겨졌고, 이에 매장 음식 없이 배달과 포장만 노리고 외식업을 차리는 음식점도 늘어났다. 그러나 물가 상승에 엔데믹(풍토병화)으로 배달 앱 수요가 점차 줄면서 2023년부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고사(aT) 보고서 등 외식업계에서는 "배달 앱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인상에 자영업자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과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다른 방법도 모색하겠다", "배달앱을 탈퇴하겠다" 등이다. 배달 앱을 버릴 수 없다는 사람들은 여전히 배달 앱으로 장사가 잘되거나, 그마저도 없으면 곤란하다는 사람으로 또 나뉜다.
문제는 현재 일일 500만(모바일인덱스 데이터상) 소비자가 배달의민족을 사용할 정도로 많은 만큼,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후자에 속하는 프랜차이즈 피자 업체 사장 A씨는 "경기는 안 좋은데 수수료 올린다는 소식만 들리니 한숨만 나온다. 진짜 요즘 같아서는 장사를 접고 싶다"면서 "뭐 남으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사정이 천차만별인 업주들 단합은 힘들 것 같고, 라이더들부터 배민·쿠팡이츠 콜을 차라리 안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디저트업 점주 B씨는 "배달앱 최소주문 금액을 2배로 올리기로 했다"면서 "그래야 수수료를 내도 남는 게 생긴다"고 토로했다.
서서히 배달 앱 비중을 줄이면서 대안을 강구하겠다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영등포구에서 비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배달 앱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많아 당장 플랫폼을 끊을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이대로 장사를 하다가는 적자가 날 판이다. 과거처럼 전단지 홍보를 하거나, 직접 주문하는 고객에게 쿠폰을 더 넣어주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대체제로 수수료가 2% 정도인 '땡겨요' 앱 등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앱 사용자를 홍보하며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의 '환승'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앱 WAU는 8만명이 안 돼 배달의민족의 0.5% 수준에 그친다.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다시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로 선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동안 자영업자들 사이 대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비중이 20%를 웃돌며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한국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그간 '버티기'에 들어갔던 외식업 점주들에게는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중 배달 플랫폼과 소상공인으로 구성한 수수료 인하 협의체 가동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이번 '기습' 수수료 인상이 이뤄진 탓에 비판도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정부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부담 완화에 초점 맞춘 '역동경제 로드맵 및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관련 협의체를 준비 중이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즈가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이러한 기습적 수수료 인상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 한 번에 수수료를 44% 올리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게 비윤리적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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