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처' 숨기고 귀화한 파키스탄인…법원 "귀화취소 적법"

입력 2024-07-14 15:28   수정 2024-07-14 15:29

모국에서 중혼한 사실을 숨긴 외국인 남성의 귀화를 취소한 당국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파키스탄인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귀화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01년 7월 한국 여성과 파키스탄에서 결혼하고 같은 날 파키스탄 현지에서 혼인신고를 했고, 같은 달 국내에서도 혼인신고를 마쳤다.

이후 A씨는 2003년 1월 파키스탄에서 현지인과 또 결혼해 자녀 4명을 얻었다. 중혼이 금지된 우리나라와 달리 파키스탄에선 중혼이 허용된다.

A씨는 2010년 3월 한국에 간이귀화를 신청해 2012년 7월 귀하를 허가받았다.

그는 2016년 6월 파키스탄 현지인 처와 이혼신고를 하고서 같은 해 10월 그녀와의 사이에서 1명의 자녀를 추가로 얻었다. 이어 같은 해 12월 한국인 처와 국내에서 협의이혼 신고를 했고, 이듬해 1월 파키스탄 현지인 처와 파키스타과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법무부는 "원고가 한국 여성과 혼인 중에 파키스탄 국민과 중혼하고 4명의 자녀를 출생한 사실을 숨기고 간이귀화허가를 받아 귀하허가 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작년 6월 귀화허가를 취소했다.

하지만 A씨는 "귀화시점을 기준으로 한국인 처와 혼인이 유효한 상태로 혼인기간이 10년이 경과해 위장 결혼으로 보기 어렵다"고 맞섰다. 그는 "(귀화허가 취소) 처분은 귀화시점으로부터 11년이 경과한 시점에 내려진 것으로 한국 국적 보유에 관한 장기간의 신뢰가 부여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법무부는 A씨가 중혼 관계에 있고, 그 배우자 사이에서 자년까지 출산한 사실을 인지했다면 간이귀화허가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는 이 사건 신청서를 제출할 때 자신을 기준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을 경우 해당 가족관계증명서에 파키스탄 현지 배우자와 자녀들이 기재될 수밖에 없으므로, 가족관계증명서상 이들의 존재가 나타나지 않도록 부친 기준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이 규정하는 혼인제도의 규범과 중혼을 금지하는 민법 규정에 비춰 일부일처제는 대한민국의 주요한 법질서"라며 "법무부는 귀화 신청인이 대한민국의 법질서와 제도를 존중하고 준수할 자인지 여부를 살펴 귀화허가를 거부하거나 취소할 재량권이 있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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