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변의 길이가 400m에 이르는 초대형 정육면체(큐브) 마천루 ‘무카브’.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20개 규모의 이 건축물은 ‘네옴시티’를 계획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 미래형 신도시(뉴무라바)에 들어선다. 벽면을 덮은 대형 홀로그래피에선 24시간 가상현실(VR) 영상이 흘러나온다. 사우디 왕국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설립한 뉴무라바개발회사(NMDC)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다이크 NMDC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무카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하이테크를 경험할 수 있는 신세계로의 관문”이라며 “물리적 공간과 가상현실 기술이 결합한 완전히 새로운 다운타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출신인 다이크 대표는 37년간 EDF에너지, 스칸스카 등 글로벌 기업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았다. 작년 12월 NMDC 대표로 선임됐다.
▷뉴무라바 프로젝트가 뭔가요.
“수도 리야드 북부 지역에 연면적 20㎢ 규모의 신도시를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리야드를 더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죠. 저는 런던에서 왔고 여러 도시를 가봤지만, 리야드가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도시 개발과 어떤 점에서 다릅니까.
“뉴무라바 중심부에는 큐브 모양의 랜드마크 무카브가 들어서고 10만4000가구의 주거 공간, 9000실의 호텔, 80개의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갖춥니다. 전체 연면적 20㎢에서 25%는 녹지나 공원처럼 친환경 조경으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25%는 모빌리티 부분에 할당되고, 나머지 50%가 무카브를 포함한 개발 공간입니다.”
▷무카브는 어떤 건축물입니까.
“도시 중심부의 심장이자 매우 아이코닉한 건축물입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큰 건축물 중 하나가 될 겁니다. 단순히 빌딩의 개념을 넘어서 지금까지 알려진 건축물 중 가장 혁신적인 콤플렉스 단지로 지어집니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20개를 합친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어떤 혁신 기술이 적용됩니까.
“무카브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다양한 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적용할 생각입니다. 리야드에 ‘홀로그래피 월드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학계, 산업계와 논의 중입니다. 아직 홀로그램 기술 성숙도가 높진 않지만, 센터를 통해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새로운 차원의 건축물을 개발하는 이유는 뭔가요.
“사우디는 항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시도하고 있습니다. 무카브에 들어서는 쇼핑센터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추구합니다. 쇼핑의 미래 모습을 생각해보면 10년, 20년 뒤에는 매장에 옷을 걸어두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미래를 생각하고 디지털 패션을 건축에 접목할 생각입니다.”
▷향후 리야드는 어떤 도시가 될까요.
“리야드는 현대 도시와 달리 저밀도에 저층 건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일반적인 도시에 있는 다운타운이라 할 만한 구역이 없습니다. 새롭게 조성할 리야드에 시민과 방문객들이 걸어서 15분 이내에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혁신적인 도심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15분 거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거주하는 곳에서 도보 15분 거리 내에 모든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무카브 주변에 커뮤니티 18개가 만들어질 겁니다. 사람이 일하고, 먹고, 즐기는 데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춘 커뮤니티죠.”
▷개발은 얼마나 진척됐나요.
“굴착은 잘 마무리됐습니다. 5월 지반 기초 공사인 파일링 공사 계약을 맺었습니다. 콘셉트 디자인도 올 3분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뉴무라바 같은 규모의 사업을 주어진 시간 안에 마치기 위해서는 완성도 높은 물류 체계도 갖춰야 합니다. 공정을 위한 생산 라인, 하수처리 공장 등 모든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완공 목표 시기가 2030년입니다.
“가능하다고 봅니다. 뉴무라바에는 남북으로 도로가 2개씩 깔리는데 이 메인 도로 4개를 포함하는 중심 다운타운을 2030년 말에 1단계로 공개할 겁니다. 물리적인 자산이나 디자인 측면에서는 진전이 잘되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언제부터 방문할 수 있습니까.
“액티베이션 센터를 미리 지을 계획입니다. 뉴무라바의 축소 버전인데 건물 모양이나 전체 콘셉트가 어떤 느낌일지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2026년부터 방문할 수 있습니다. 센터 바로 옆에 ‘와디’(Wadi·물이 흐르는 얕은 계곡)를 설치할 겁니다. 마치 큰 강처럼 물이 흐르도록 센터와 길 옆에 많은 와디를 작동시킬 예정입니다.”
▷전체 프로젝트 투자 규모는 얼마입니까.
“뉴무라바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여서 예산 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프로젝트를 정의해 가는 단계라 네옴시티와 규모를 비교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네옴시티보다 많지는 않지만, 또 그렇게 작은 규모는 아니라는 정도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자금 조달에 무리는 없습니까.
“100%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자금 효율성을 고려하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비용 및 수익 측면과 PIF의 규정에 맞춰 재무 구조를 결정할 겁니다.”
▷다양한 파트너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맞습니다. 인프라 개발뿐만 아니라 기술 파트너도 있어야 합니다. 사우디 내부적으로는 사업을 감당할 수 없어 국제적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파트너십 관계를 맺은 한국 기업이 있습니까.
“몇몇 기업과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기업으로부터 관심이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도 받았습니다. 매우 큰 엔지니어링 업체가 견적과 가격 문의를 해오기도 했습니다.”
▷한국 기업은 어떤 장점이 있나요.
“한국에는 선진 기술을 갖춘 기업이 많습니다. 뉴무라바는 스마트시티이기 때문에 건설을 넘어 운영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스마트시티 기술, 엔터테인먼트 등과 관련해 협력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신중동 붐’ 시대의 바람직한 파트너십은 뭘까요.
“재정적인 투자뿐만 아니라 인적 교류, 연구개발(R&D) 등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현시점에 기술 구매 계약을 하면 설치는 2027~2028년쯤 이뤄지게 됩니다. 뉴무라바 프로젝트는 2030년 실질적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그동안 기술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합니다.”
■ 약력
△1959년 영국 출생
△2002~2009년 EDF에너지
△2009~2011년 내셔널그리드 이사
△2011~2013년 랜드리스 대표
△2014~2020년 스칸스카 전무·CEO
△2020~2023년 밸푸어비티 CEO
△2023년 12월~ NMDC 대표
한명현/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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