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달 LS전선 케이블 공장을 설계한 가운종합건축사무소와 충남 당진의 대한전선 케이블 공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이 회사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LS전선이 강원 동해에 지은 1~4공장 설계 프로젝트를 맡았고, 이후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 공장을 건설하는 데도 참여했다. 경찰은 가운건축이 LS전선의 노하우가 담긴 공장 도면을 대한전선 공장을 짓는 데 활용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가운을) 설계업체를 뽑았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LS전선 측 고소가 아닌 인지수사 형태로 해당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LS전선은 기술 유출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LS전선은 20여 년간 시행착오와 수천억원의 투자를 통해 쌓은 공장 내 설비·장비 배치 노하우가 대한전선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대한전선의 당진 1공장과 LS전선의 동해 3공장이 비슷한 외형을 갖추고 있어서다. LS전선 관계자는 “50㎞ 이상의 해저용 HVDC를 만드는 LS전선을 포함한 총 6개사 공장은 각각 다른 외형을 갖고 있는데 대한전선 공장은 매우 비슷한 형태”라며 “(대한전선 측이) 가운뿐 아니라 다른 설비 업체에도 LS전선 장비와 관련한 기술을 달라고 요청한 증거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전선은 노하우가 빠져나갔다는 LS전선의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회사 측은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2016년 기존 공장에서도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을 납품한 실적이 있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바로잡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는 해저케이블 공장 레이아웃에 대한 것으로 HVDC 와는 무관하다”며 “논란이 된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도 HVDC 케이블을 생산할 수 없는 공장이기 때문에 LS전선이 주장하는 기술 유출건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전기업계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동일한 건축사무소가 경쟁사 공장을 수주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과 같은 건축사무소가 설계한 공장 외견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대한전선은 해저·장거리 HVDC 분야에선 LS전선보다 후발주자로 꼽힌다. 지난 5월 당진에서 해저케이블 1단계 공장을 준공하고, 국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쓰이는 케이블 생산에 나섰다.
조철오/김대훈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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