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극단과 저주가 일상이 된 우리 정치 풍토를 되돌아보게 한다. 국내 정치인 피습 사례가 속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해 들어 새해 벽두부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일정 중 습격당했다. 그로부터 불과 3주 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강남에서 10대 괴한에게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여야 모두 당 대표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국은 정치인의 신변 보호를 강화하고, 모방 범죄가 생기지 않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가 과격한 언동으로 강성 지지층을 선동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분열과 혐오를 낳는 극단의 대결은 정치 테러의 온상이다. 정치인 스스로 이런 환경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팬덤 정치에 기생해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고, 국민을 지역·세대·성별에 따라 갈라쳐 표심을 얻으려는 작태가 비일비재하다. 국민 10명 중 8명(82.9%)이 우리나라 사회 갈등 중 보수와 진보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꼽을 정도(통계청의 ‘2023 한국의 사회지표’)다. 빈부(76.1%), 노사(68.9%), 남녀(42.2%) 갈등보다 진영 대결의 골이 깊다는 의미다. 작금의 극단적인 풍토에 대한 정치권의 치열한 반성과 혁신이 절실하다.
여야는 어제 한목소리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치 테러를 규탄한다”며 “극단 정치·증오 정치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중요한 건 실천이다.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자성과 숙고가 없으면 스스로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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