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을 둘러싸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저지른 자작극이다", "배후에 바이든의 명령이 있었다" 등 입증되지 않은 음모론들이 SNS 등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좌파 일각에서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카운티에서 발생한 암살 시도 사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자행한 "거짓 깃발(false flag) 작전"이라며 자작극설이 제기됐다.
반면 우파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라이벌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을 명령했다는 허무맹랑한 의혹이 나왔으며 이는 엄청난 속도로 공유되고 있다.
심지어 선출직 정치인인 마이크 콜린스(공화·조지아) 하원의원이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조 바이든이 명령했다"고 올린 글은 4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암살 선동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연방 정부 공무원들의 비밀집단, 이른바 딥스테이트에 화살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익명의 한 음모론 계정은 X에서 "딥스테이트가 TV에서 트럼프의 암살 장면을 생중계하려 했다"며 "이 사건은 엘리트 사탄 소아성애자들을 비난해서 치러진 대가"라고 주장했다.
오클라호마주의 극우 성향 목회자단체 수장은 사건 발생 후 추종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딥스테이트가 실패했다"며 "신의 손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호한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하마평에 올랐던 팀 스콧(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이 사건을 "급진 좌파와 기성 언론에 의해 방조 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대선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러닝메이트인 니콜 섀너핸도 "민주당전국위원회(DNC)와 기성 언론이 히스테리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한 사실을 놓고도 정치적 견해에 따라 서로 다른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데이터 분석 기관인 서던포버티로센터의 메건 스콰이어 부국장은 WP 인터뷰에서 "정치적 폭력 사건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에 맞춰 다양하게 사건을 왜곡하면서 음모론과 거짓 서사를 낳는다"며 "이 사건도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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