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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14일(현지시간)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전송하는 해저 케이블이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표적이 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전시에 수중 통신이 마비될 수 있고, 기밀 도청 위험도 많아 서방국가들이 앞다퉈 방어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업체 텔레지오그라피에 따르면 현재 600개가 넘는 해저 케이블이 전세계 바다 속에 총길이 140만㎞에 설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세 번 왕복하는 거리다.
매년 전 세계에서 100개 이상 케이블 손상 사고가 발생하는데 대부분 트롤 어선이나 선박이 닻을 끌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사고와 사보타주(고의적 손상)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작년 10월 핀란드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발틱커넥터 가스 파이프라인과 인근 통신 케이블 피해가 대표적인 사례로 당시 중국 소유 컨테이너선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했다.
일각에선 이를 러시아 불법 행위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주로 심해 잠수함과 해군 드론을 운용하는 비밀 부대를 통한 수중 사보타주를 위해 해군 역량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런던 싱크탱크인 폴리시 익스체인지가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유로-대서양 지역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케이블 절단 사건이 8건 발생했다. 중요 해양 인프라 근처에서 러시아 선박의 비정상적인 행동 목격 사례도 70건 이상 기록됐다.
아시아에선 중국의 해저 케이블 위협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만은 국제 통신을 위해 해저 케이블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의 엘사 카니아는 “전쟁 발발시 중국이 대만의 ‘정보 봉쇄’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2월 중국 화물선과 어선이 대만 외곽 섬에 연결된 두 개의 케이블을 6일 간격으로 절단해 50일간 연결을 중단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사보타주뿐 만 아니라 인터넷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수중 스파이 위협도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아시아 케이블 인프라에 관심을 보인 이유도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아시아 지역에 약 140개 케이블이 설치된 반면, 서유럽에선 77개에 그쳤다.
중국 HMN 테크놀로지스는 케이블 사업에서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 이 회사는 134개 프로젝트에 걸쳐 9만4000㎞의 케이블을 설치했다고 자랑했다. 이에 놀란 미국은 2020년 싱가포르에서 인도와 홍해를 거쳐 프랑스까지 6억달러 규모 케이블 프로젝트에 HMN의 참여를 막았다.
서방 정부도 앞다퉈 케이블 방어 체계 구축에 나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해저 케이블 경로를 포함한 중요 인프라 근처에서 항공 및 해상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해저에서 드론이 배터리를 충전하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수중 스테이션 네트워크를 고려하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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