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주 수이 인비 팍(Bonjour, je suis in-bee Park·안녕하세요 박인비입니다).”
‘골프 여제’ 박인비(36)는 최근 외국어 공부에 푹 빠져있다. 오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막올리는 하계올림픽 기간동안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에 출마를 앞두고 있어서다. 조금이라도 일찍 표밭을 다지기 위해 이번주 중 파리로 출국하는 박인비를 15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각국의 언어로 인삿말을 공부하고 있다”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메이저 7승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뒀고, 116년 만에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2016년 리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골프선수 가운데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석권한 ‘커리어 골든 슬램’을 달성한 이는 박인비가 유일하다. 골프선수로서 뛰어난 경력을 가진데다 올림픽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IOC 선수위원의 꿈을 키운 것은 당연했다.
IOC 선수위원은 전세계 올림피언을 대표하는 ‘스포츠 외교관’이다. 올림픽 출전선수 1만여명의 현장투표로 30명(여성 16명, 남성 14명)의 후보 가운데 상위 4명이 선정되며, 8년 동안 활동한다. 한국에서는 문대성(태권도)이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처음 당선됐고,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유승민(탁구)이 당선돼 이제 임기를 마친다.
선거는 선수촌이 열리는 18일 시작해 폐막 사흘 전인 다음달 8일까지 진행된다. 이에 맞춰 박인비도 이번주 중에 파리로 출발할 예정이다. 조금이라도 일찍 현장에 도착해 한명이라도 더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다. 선수의 권리와 의무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위한 활동을 펼치겠다는 점, 그리고 워킹맘으로서 워킹맘의 올림픽 참여를 위해 일하겠다는 공약을 준비했다.
누구보다 오랜기간 세계 1위로 군림했던 박인비이지만 이번 도전은 만만치않다. 미국 육상 영웅 앨리슨 펠릭스(38) 등 쟁쟁한 후보들이 많은데다, 박인비의 아군이 되어줄 한국 선수단은 역대 최소 규모로 꾸려졌다. 그래도 박인비는 60여개국의 언어로 인삿말을 준비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작은 선물도 건넬 수 없고, 후보 홀로 선수들을 만나야해 어려움이 적지는 않다”면서도 “선수들에게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고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올라(Hola)‘, ’챠오(Ciao)‘라고 인사라도 그 나라의 말로 건네겠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최근 또다른 경사를 맞았다. 바로 둘째 임신이다. 이제 6개월째를 맞은 뱃속의 둘째와 함께 선거에 나서는 그는 “임신사실을 알고서는 걱정이 들면서도 정말 기뻤다”며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올림픽 기간 동안 파리 전역에 예고된 무더위는 박인비에게 또다른 장벽이다. 그래도 그는 “아이와 함께 뛰는 만큼 건강하게 선거운동을 완주하고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며 “체력 안배를 위해 무더위를 피하고 선수들의 동선에 맞게 효율적인 선거활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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