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은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친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비중을 뜻한다. 그런데 실업자 되기가 꽤 까다롭다. 일반의 관념으로는 학생, 주부가 아니면서 일정한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전부 실업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1주일간 일을 안 했으면서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한 사람만 실업자로 분류한다.
일자리가 없더라도 구직 활동을 안 한 사람은 실업자가 아니다. 이런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취업 준비 중이긴 한데 지난 4주간 입사지원서를 안 낸 사람, 취업 준비조차 안 하고 쉬는 사람은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다. 학생, 주부, 노인도 비경제활동인구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실업자와 달리 취업자의 기준은 느슨하다. 조사 대상 주간에 1시간이라도 돈 버는 일을 했으면 취업자다.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 및 가게에서 1주일에 18시간 이상 일했으면 돈을 안 받았더라도 취업자다.
실업률과 고용률은 계산식의 분모가 다르다. 따라서 실업률과 고용률의 합은 100%가 아니다. 실업률과 고용률이 동시에 내리거나 동시에 오르는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 취업자로 분류돼 고용률이 높아진다. 이 사람은 본인이 취업했다고 생각하기보다 ‘백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공식 통계로 이 사람은 취업자다.
이제 쉬었다는 사람이 늘었는데 실업률은 최저, 고용률은 최고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실업자 중 일부가 취업을 포기하면 실업률이 하락하고, 또 일부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고용률이 상승한다. 국민 개개인이 체감하는 고용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도, 심지어 나빠져도 고용 지표는 좋아질 수 있다.
농림어업 취업자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다는 점도 한국의 실업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농림어업은 경기를 덜 타 실업이 잘 안 생겨난다. 자영업 비중이 높아 가족의 일을 돕는 사람이 많다는 점도 실업률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노동시장에선 ‘이력 현상’이 나타난다. 실업 상태가 장기화할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실업률 최저, 고용률 최고에도 ‘쉬었음’ 인구가 늘었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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