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삐걱거리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내수까지 부진해지며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아직까지는 수출 실적으로 버티고 있지만 ‘중국 때리기’에 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커져 하반기 회복세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모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5일 개막해 18일까지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이 같은 성장 정체에 관한 고민과 해법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3분기 4.9%(전년 동기 대비), 지난해 4분기 5.2%, 올 1분기 5.3% 성장하며 3개 분기 연속 회복세를 보였지만 2분기 들어 급격하게 둔화세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는 “상반기 기준 성장률은 5%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5% 안팎)와 비슷하게 집계됐다”고 강조했다. 또 외부 환경의 복잡성과 심각성을 부진의 이유로 들며 “국내 구조조정의 진통이 나타나는 데다 홍수 등 재해가 발생해 단기적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힘을 잃어간다고 지적한다. 전 분기 대비 올 2분기 중국 성장률은 0.7%로 1분기(1.5%)의 절반에 그쳤다. 시장 전문가 예상치(1.1%)를 상당히 밑돌았다.
특히 외부 요인보다 내수 침체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날 발표된 6월 중국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겨우 2% 늘었다. 이는 시장 전문가 추정치(3.4%)에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2022년 12월(-1.8%)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다. 마켓워치는 “고용주가 급여를 줄이고 청년 실업률도 높기 때문에 가계가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수년째 고전하는 부동산시장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월 중국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떨어졌다. 2015년 6월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한때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었다. 부동산 호황기 땐 중국 전체 GDP에서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지금은 부동산시장 둔화가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 둔화는 소비 위축, 건설·철강 등 연관 산업 부문 침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분기 실망스러운 경제지표로 시 주석과 지도부가 중국 경제 미래를 논의할 이번 회의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번 회의 결과는 18일 폐막 이후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회의 결과엔 부동산 등 실물경제 회복 대책, 품질 생산력 제고를 위한 기술 혁신, 각종 개혁 조치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주택의 국가 매입과 농촌의 부동산 거래 제한 해제 등이 구체적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세수의 9%를 차지하는 소비세 수입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넘겨주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기술 혁신과 육성 정책도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과거처럼 안보만 과도하게 내세우지 않고 발전과 경제 성장 의지를 강조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샤오지아 지 홍콩 크레디트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연간 성장률 목표인 5%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중국 2분기 성장률이 나온 후 홍콩증시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홍콩 항셍지수는 18,015.94로 전 거래일보다 1.52% 떨어졌으며 항셍중국기업지수도 1.70% 내린 6421.67에 마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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