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현장에서 발생한 피격 사건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최고 통상전문가 80% 이상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문제 삼고, 전기자동차와 2차전지에 주는 세제 혜택을 줄일 것으로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대미 무역흑자가 트럼프 2기 정부의 첫 번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가 집권한 2017~2020년 대미 무역흑자는 598억달러였다. 민주당 정권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2013~2016년) 동안 기록한 946억달러보다 36.8% 줄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다시 큰 폭으로 늘며 지난해 사상 최대인 445억달러에 달했다. 올 상반기 대미 무역흑자 역시 287억달러로 연간 흑자가 500억달러를 넘어설 게 확실시된다. 이 경우 바이든 정부 기간 대미 무역흑자는 1452억달러 이상으로 트럼프 1기의 두 배를 훌쩍 넘게 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에게 한국은 동맹국이라기보다는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라며 “흑자를 많이 내는 산업은 상당히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 들어 흑자폭이 커진 이유를 두 정부의 통상정책 차이에서 찾았다. 관세와 분담금 인상을 선호하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보조금과 세액공제로 투자와 고용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투자 유치 정책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원장은 “바이든 정부 정책으로 인해 우리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많이 지었고 소재·부품 등 중간재 수출이 뒤따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무역흑자는 미국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한 결과’라는 논리를 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을 지낸 전윤종 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은 “대미 투자와 무역흑자는 보충·보완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설득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박한신/이슬기/황정환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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