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접수는 법이 시행된 2019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3만9316건에 달했다. 5월까지 처리를 마친 3만8732건 가운데 고용부의 개선지도, 과태료 처분, 검찰 송치를 받은 사건의 비율은 13.5%에 불과했다. 나머지 86.5%는 신고인의 ‘취하’(31%) 또는 ‘기타’(법 위반 없음, 법 적용 제외 등)로 마무리됐다.
특히 괴롭힘 행위에 대한 모호성 때문에 아예 ‘법 위반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은 전체 처리 사건 가운데 29.2%를 차지했으며, 그 비중은 3년 연속 증가 추세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근로자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전반적인 신고 접수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무분별한 신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구체적으로 △실업급여 수급 △상사 교체 △근로계약 갱신 △징계 회피 등을 목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오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받아 퇴사하면 실업급여를 탈 수 있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는 게 일선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반대로 사용자가 특정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괴롭힘 신고를 주도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500명 중 1.4%가 ‘허위 신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허위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1.6%였다.
신고 오남용 등으로 제도에 대한 불신이 쌓일수록 실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본 근로자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노동조사센터장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분쟁이 늘고 다양화하고 있다”며 “모호한 법 조항을 구체화하고 공정한 조사 절차를 확립해 제도 오남용으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이런 지적을 고려해 괴롭힘 행위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고용부는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프랑스, 노르웨이, 호주 등 대부분 국가가 괴롭힘 정의에 ‘지속 또는 반복성’ 요건을 두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지속·반복성 등의 보완을 통해 예측 가능성과 객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민경진/곽용희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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