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의약 외길' 정치인이 "바이오 벤처투자 안전하다"는 이유 [인터뷰+]

입력 2024-07-16 08:14   수정 2024-07-16 08:15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는 투자하기에 위험하지 않습니다. 일반 제조업과 비교해 기업공개(IPO)로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기간도 짧고 수익률도 높아요. 후보물질이 유망하면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화할 수 있어서죠. 그러나 여기서 그치면 안 됩니다.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와야 제약·바이오 강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한경닷컴>의 인터뷰에서 “국회에 있는 4년 동안 한국이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세계 최정상’ 삼바·셀트리온 있지만…글로벌 신약은 아직”
최 의원은 제약·바이오 산업에 30년간 종사했다. 위치도 다양했다. 1995년 대웅제약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최연소 여성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관가에서는 정부의 산업 지원 사업을 기획하면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 과정을 초창기부터 지켜봤다. 이후 OCI가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바이오 부문을 이끌었고, 파노로스바이오로직스라는 바이오벤처를 경영하기도 했다. 국회에 들어오기 직전까지는 한국공학대 특임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이런 최 의원에게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 주소를 평가해달라고 했다. 그는 “100년의 시간이 공존하는, 도로 위에 말과 스쿠터와 전기차가 함께 달리고 있는 인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처럼 글로벌 최정상을 차지한 분야도 있고, 아직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연간 매출 1조원 이상) 품목이 하나도 없는 신약 개발 분야처럼 상대적으로 뒤처진 분야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대표적이다. 다국적제약사인 얀센에 기술이전돼 글로벌 상업화가 추진되고 있다. 3세대 표적항암제의 선발주자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대비 뛰어난 약효를 바탕으로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 약물)가 될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렉라자는 개발·상업화 권리가 세 번이나 이전된 약물이다. 바이오벤처인 제노스코가 처음으로 물질을 도출했다. 이 물질의 권리는 오스코텍을 거쳐 유한양행으로 이전됐다. 유한양행은 얀센이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한 뒤 받는 기술료(마일스톤)와 판매 로열티를 오스코텍과 나눠야 한다. 오스코텍이 받은 돈 중 일부는 또 제노스코 몫이다.

최 의원이 바이오벤처 투자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는 “벤처기업이 도출한 신약 후보물질은 상품”이라며 “상품성이 있다면, 즉 후보물질이 유망하다면 얼마든지 거래해 그간의 투자를 높은 수익률로 회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약 하나를 상업화하는 데 걸리는 20년 동안 한 개의 후보물질 개발에만 매달릴 수 있는 벤처가 어디에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다만 벤처기업 수준을 넘어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기술이전 성과만으론 부족하다는 게 최 의원의 생각이다. 우리 기업이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직접 세계 시장에서 상업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다국적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의원은 “현재 다국적제약사 반열에 오른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후보물질을 도출한 뒤 기술이전해 대박을 터뜨렸지만, 그 이후로도 한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타미플루의 권리를 판 돈으로 개발한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테노포비르)와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소포스부비르)를 직접 상업화한 뒤 회사가 재무적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잇딴 R&D 지원법 발의…“다음 스텝은 창업·상생 촉진”
한국에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성공해 다국적제약사의 반열에 오르는 기업이 나오려면 제도적 지원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최 의원은 강조한다. 그는 “정부에 제약·바이오 사업을 전반적으로 지원할 체계가 없는 상태”라며 “지원이 여러 부처에 쪼개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건강을 다루기에 보건복지부가, 미래 먹거리 산업이기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첨단 분야이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각 바이오 관련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생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식품부도 지원사업을 하는데다 신약개발사업 지원을 일원화하겠다며 '범부처신약개발지원단'이라는 조직까지 만들어졌다.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는 정부 지원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최 의원의 지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원의 문턱이 높아지고, 지원이 박해진 뒤 산업계의 지원 요구가 빗발치면 어디선가 또 다른 지원사업이 만들어진다. 악순환이다.

최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뒤 첫 번째로 ‘R&D(연구개발) 3법’(국가재정법·과학기술기본법·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 등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단초가 되리라는 기대에서다.

우선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해서는 대규모 재정이 들어가더라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을 손봤다. 최 의원은 “현재 기재부의 예타에서는 곧장 수익이 나오는 도로 건설 사업과 10~20년 뒤에야 성과가 나타나는 R&D 사업을 같은 잣대로 판단한다”며 “개정안은 R&D 사업에 대해서는 과기부가 심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 개정안은 한정된 재원으로 R&D 지원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법안이다.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저리나 무이자로 빌려주자는 콘셉트다. 이자를 지원하는 방식이기에 재정의 승수를 높일 수 있고, 정부 지원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도덕적 해이도 방지할 수 있다.

또 비교적 소규모의 기초연구 분야 R&D 지원은 정해진 기간 동안 만큼은 정부가 임의로 깎거나 끊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최 의원은 “특히 대학 연구실에 대한 지원금은 상당 부분이 이공계 학생들의 인건비”라며 “설령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공계 인재를 육성한 성과가 남는다”고 말했다.

R&D 지원에 대한 법안에 이은 최 의원의 2호 법안은 R&D 성과를 만들어낸 연구자에 대한 보상의 ‘전액 비과세’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다.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연구자가 자신의 특허 권리를 기업에 승계하고 받는 대가인 직무발명보상금이 종합과세 대상이다.

최 의원은 “종합소득세로 절반 가량 떼고, 소속 연구 기관과 일정 비율로 나누고 나면 연구자 손에 남는 건 20~30% 가량”이라며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성과를 만들었는데, 로또 1등보다 더 높은 세율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R&D 관련 법안들이 개정된 뒤 최 의원은 상임위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옮기고 싶다고 했다. R&D 성과가 비즈니스 성과로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그는 “다음 스텝으로 창업 관련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생 모델을 만들기 위한 스터디도 시작했다고 한다. 대기업이 내는 세금 중 일부를 벤처 투자를 위한 펀드의 시드머니로 활용한다는 콘셉트다. 최 의원은 “최근 바이오벤처 업계의 자금난은 정부의 벤처펀드 출연 축소의 영향이 크다. 정부 자금이 출연되지 않으니 자본시장에서도 돈을 태우지 않은 것”이라며 “어차피 정부가 세금을 걷어 만든 재정을 넣어야 한다면 단계를 줄여 처음부터 벤처펀드에 들어가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산업부 시절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치료에서 예방으로 옮겨가야”
최 의원이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금전적 지원에만 관심을 두는 건 아니다. 이미 산업부 R&D전략기획단 신산업 매니징디렉터(MD) 시절에 보건의료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 공통데이터모델(CDM)를 구축해 의약 R&D 인프라를 깔았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국 65개 의료기관의 의료 데이터를 개인식별 정보가 가려진 통계 분석 형태로 들여다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국회에 있는 동안 최 의원은 CDM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을 확대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한국의 의료 수준을 상향평준화하기 위해서다. 전국 모든 의료기관의 의무기록을 확인할 수 있으면 의료진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증상에 대해 이전보다 더 빠르게 진단을 내리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 인프라가 낙후된 지방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 기대된다.

최 의원은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궁극적으로 의료의 중심이 질병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을 산업부에 있던 시절부터 해왔다”고 말했다. 그가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미래의료혁신연구회(한미연)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한 의료 혁신을 통해 치료에서 예방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한미연은 혁신의료 정책 싱크탱크를 표방해 디지털 헬스케어를 확산시킬 정책 제안을 위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강대희 한국원격의료학회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최 의원은 “디지털헬스케어 활성화를 통한 치료에서 예방으로의 이행을 위해 규제와 법을 만들어가는, 한미연의 지향점이 지금까지 내가 걸어왔던 길의 연장선”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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