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두고 수익화 목마른 스마트스코어…유료화 도입 '가시밭길'

입력 2024-07-17 09:52   수정 2024-07-18 09:21

이 기사는 07월 17일 09: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골프장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 스마트스코어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유료 구독 서비스 도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골프 스코어 관리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던 사용자들이 대거 반발하는 데다 유료화 과정에서 이용 약관을 불공정하게 개정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지면서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VIG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등쌀에 떠밀려 승부수를 던진 유료화 성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익성 개선 위해 서비스 유료 전환 추진
17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스코어는 다음달 1일부터 골프 스코어 관리 서비스를 유료화하기로 했다. 스코어 관리와 골프장 예약 등 그간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하나로 모아 '스스플러스'라는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 구독료는 월 4500원이다. 유료 고객이 아니면 앞으로 스마트스코어를 통해 저장한 과거 골프 스코어 기록을 볼 수 없게 된다.

골프 스코어 관리 서비스의 유료 전환은 스마트스코어 입장에선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다. 골프 카트에 설치한 태블릿 PC를 기반으로 골프장 관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골프장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만으로는 흑자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마트스코어는 지난해 별도 기준 633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적자와 순손실은 각각 100억원, 21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스마트스코어 사용자 수는 370만명에 달한다. 전체 사용자 10명 중 1명만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도 연간 약 200억원의 추가 수익이 생긴다. 별다른 추가 투자가 들어가지 않는 유료 서비스 전환인 만큼 유료화에 성공하면 단숨에 흑자 전환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스코어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젊은 골퍼이다보니 월 4500원의 구독료에도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부 사용자들이 스마트스코어의 대체재를 찾아 자신의 스코어 데이터를 다른 업체로 이관하자 이런 시도를 막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스코어는 최근 라운드 기록의 소유권은 회사에 귀속되고, 이 기록을 회사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제3의 기업에 제공할 경우 사용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을 이용 약관에 추가했다. 처음에는 사용자들의 동의 없이 약관을 개정했다가 약관 개정에 동의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약관 개정 전 해당 내용을 사전 공지하지도 않았다.

업계에선 고객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반강제적으로 동의를 받아 약관을 고친 건 불공정 약관 개정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향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스마트스코어 관계자는 "약관 개정은 소비자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불리한 방향으로의 개정이 아니며 사용자 스코어 기록의 소유권은 원래 회사에 있다"고 해명했다.
실적 부진으로 IPO 추진 적신호
스마트스코어는 삼일회계법인 출신 회계사 정성훈 회장이 2014년 창업한 회사다. 창업 이후 투자금을 유치해 마제스티골프와 골프장 킹즈락CC 등 골프 관련 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해 사업 규모를 키웠지만 본업인 스마트스코어는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결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이런 실적으로는 내년을 목표로 IPO를 추진하는 건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골프 스코어 관리 서비스는 확장성이 부족하고, 국내에서 골프 관련 산업의 성장 자체가 꺾였다는 점도 스마트스코어 입장엔 뼈 아픈 일이다. 특히 스코어 관리 서비스를 애용하는 2030 젊은 골퍼들이 골프장을 떠나고 있다.

스마트스코어가 이용자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도 유료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나선 건 FI들의 압박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2021년 약 1800억원을 투입해 구주와 신주를 섞어 인수해 스마트스코어의 최대주주(지분율 22.33%)에 올랐다. 당시 VIG파트너스는 스마트스코어의 기업가치를 8600억원으로 평가했다. VIG파트너스가 원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스마트스코어가 실적을 끌어올려 조 단위 몸값을 인정받고 IPO에 성공해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민연금 출자사업에서 탈락한 VIG파트너스는 투자 회수 성과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업계 2위였던 카카오VX가 스마트스코어와 소송전을 벌인 끝에 올초 골프 스코어 관리 사업을 접기로 해 사실상 시장의 독점적 사업자가 된 뒤 스마트스코어가 본격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며 "기존에 유치했던 투자금이 말라가 IPO를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보니 무리해서라도 유료화를 추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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