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한계"…홍명보 선임과정, 문체부가 들여다본다

입력 2024-07-16 18:00   수정 2024-07-17 00:22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55·사진) 선임 과정을 두고 축구계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박지성, 이동국 등 전 축구 국가대표까지 선임 절차가 부적절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축구협회 자체적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문체부는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식 감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감독 선임 후 들끓는 비판 여론
강수상 문체부 대변인은 16일 한국경제신문에 “축구협회를 둘러싼 문제들이 정리되지 않고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문체부는 이번 사안이 축구협회 자체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단계에 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리 감독하는 기관으로서 그냥 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축구협회는 올해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60·독일)을 경질한 뒤 정해성 국가대표팀전력강화위원장(66)을 중심으로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축해 새 감독 찾기에 나섰다. 정 위원장은 부임 초기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연봉과 국내 체류 등의 문제로 후보자들과의 협상이 실패로 끝나자 국내 지도자 선임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을 바꿨다.

약 5개월에 걸친 차기 감독 인선 작업 결과 홍 감독이 낙점됐다. 축구협회는 지난 7일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프로축구 K리그1 울산HD를 이끄는 홍 감독을 내정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얼마 전까지 ‘울산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던 홍 감독의 갑작스러운 변심에 축구 팬들은 분노했다. 특히 대표팀 사령탑 선임 작업을 관장한 전력강화위원 중 한 명인 박주호 전 국가대표(37)가 8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홍명보 감독 내정을 몰랐다”고 말해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감독 선임 과정과 절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정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사의를 밝힌 가운데 전력강화위가 아니라 이임생 기술총괄이사(53)가 감독 선임 결정을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이사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으로부터 전권을 받았다”며 “협회 법무팀의 조언을 들었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지만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문체부, 사상 첫 감사 나서나
더 나아가 전 국가대표인 이천수(44), 이영표(47), 박지성(44), 이동국(45), 조원희(41) 등이 잇달아 소신 발언을 통해 축구협회를 직격하고 나섰다. 박지성은 “감독 선임을 번복하느냐 마느냐는 협회와 홍명보 감독의 결정”이라는 말을 남겨 논란에 불을 지폈다. 홍 감독 선임을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말이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문체부는 축구협회 운영이 부적절했는지, 대표팀 선임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파악하겠다고 나섰다. 강 대변인은 “그동안 언론 기사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자율성 존중 차원에서 지켜보면서 해결되길 기다렸다”며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민법상 재단법인 형태였지만 올해부터는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됐다. 따라서 이전에는 문체부가 정부 공적 자금 투입에 한정해 관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단체를 감사할 권한이 있다. 강 대변인은 “우선 관련 서류를 면밀히 조사하고 관계자들의 의견 청취를 통해 어떤 부분을 조사할지부터 정리할 예정”이라며 “조사 후 필요에 따라서는 감사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문체부가 축구협회 감사에 나서면 이는 협회 출범 이후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문체부로부터 공식적인 서류가 오지는 않았다”며 “조사가 이뤄진다면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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