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적자 선박' 사라진다…"올 영업익, 2배 이상"

입력 2024-07-16 17:33   수정 2024-07-17 00:53

국내 조선 3사 실적의 최대 악재로 평가받던 ‘적자 선박’ 문제가 종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가장 먼저 지난해 말 적자 선박을 대부분 선사에 인도했고,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적자 선박 비중을 빠르게 낮춰가고 있다. 올해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세 배 이상인 1조원을 넘기는 등 조선 3사의 실적 개선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부터 현재까지 인도하는 대다수 선박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적자 호선’은 지난해 매출의 40%를 차지했지만, 이 비중이 올해 20%, 내년에는 5~10%로 낮아질 전망이다. 한화오션도 올해까지 적자 선박을 모두 털어내고, 내년부턴 이익이 나는 선박만 인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는 통상 수주한 선박을 2~3년 뒤 인도한다. 배를 수주했을 때보다 건조 시점에서 후판 등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이 오르면 조선사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공사손실충당금이 발생하는 호선, 즉 ‘적자 선박’이라고 부르는 계약 건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나쁠 땐 ‘갑’의 위치에 있는 선사에 비용 상승을 이유로 선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하기가 어렵다”며 “게다가 향후 선박 발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면 조선사 입장에선 독을 놀릴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선박을 계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19~2021년 수주한 선박이 이런 경우가 많았다.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는 HD현대미포가 대표적이다. 선박의 선가 상승폭이 제한돼 손실을 봤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 대우조선해양 시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에서 주로 적자를 냈다. 중국 조선사들이 대대적으로 ‘저가 수주’에 나선 영향도 컸다.

하지만 2022년부터 신조선가 상승 랠리가 이어지며 뱃값이 비싸졌다. 조선 3사는 기존에 수주한 적자 선박을 잇따라 인도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랠리를 이어갈 전망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823억원에서 올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까지 이익률이 낮았던 컨테이너선의 선가까지 올라가면서 이익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인력 수급으로 공정이 안정화된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사의 입김이 세지자 ‘헤비 테일’ 방식의 계약도 표준 방식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조선사는 통상 선박 계약 시점에 대금의 20%를, 이후 건조 단계에 따라 30%를 나눠 받았다. 이후 완성된 선박을 인도할 때 잔금 50%를 수령했다. 표준 계약방식은 계약 시점, 용골 거치, 강재 절단식, 진수식, 인도 등 건조 단계에 따라 20%씩 대금을 받는 등 계약 초반에 조선사에 유입되는 현금이 더 많아지는 장점이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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