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中 3중전회 이후를 대비하라

입력 2024-07-16 17:37   수정 2024-07-17 00:12

최근 영국·프랑스 총선, 미국 대선 TV토론 등 세계 각국에서 굵직한 선거 일정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중요 정치 이벤트가 있다. 중국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지난 15일 시작돼 18일 끝나는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다. 중국 공산당은 5년마다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열고, 그 5년 사이에 7차례의 중전회를 소집한다. 그중에서도 3중전회에선 지도부가 앞으로 5~10년의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정책도 결정해 정치적 의미가 크다.

3중전회는 당대회가 열린 이듬해 개최되는 게 관례였다. 2022년 20차 당대회가 열렸으니 20기 3중전회는 작년에 소집됐어야 했지만 1년 가까이 늦어졌다. 미국·유럽과의 관세 전쟁과 내수 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민간 기업의 활력 상실, 청년실업 급증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중국 지도부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란 관측이 많다.

공산당 지도부의 내부 행사였던 3중전회가 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78년 11기 회의 때다. 여기에서 덩샤오핑 당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중국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개혁개방 정책을 발표했다. 1984년 12기 회의에선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청사진이 제시됐고, 1993년 14기 회의에선 장쩌민 주석이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공식화했다. 3중전회를 통해 중국 사회뿐 아니라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올해 회의의 키워드로는 ‘신품질 생산력’이 꼽힌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처음 언급한 뒤 지금까지 적어도 100차례 이상 강조한 말이다. 첨단기술과 고효율, 고품질을 특징으로 하는 선진적 생산력으로 과학기술 혁신과 첨단산업 육성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강력한 견제로 서방으로부터 더 이상의 첨단기술을 획득하기 어려운 처지다. 자체 혁신을 통해 기술 자립을 이루지 않으면 중국 경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시진핑은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 농업과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신품질 생산력이 발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회의에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비판하는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도 논의될지 관심이다. 중국은 내수 소비가 늘지 않는 상황인데도 제조업에 집중 투자해 과잉 생산을 야기했고, 이 때문에 각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부동산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 등도 당장 해결해야 하지만 뚜렷한 대응 방안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그 가능성은 작다. 리창 중국 총리가 최근 “중국에 현재 필요한 건 근본을 다지고 원기를 북돋우는 것(固本培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은 1248억달러로 전년보다 19.9% 감소했다. 무역수지도 181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처럼 대중 무역이 쪼그라들고 한국 기업들도 잇따라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3중전회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 정부와 재계는 3중전회의 결정 사항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작년 초 시진핑 3기 공산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진용을 갖췄지만 이후 중국은 예상외로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다. 미국과 유럽의 공세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3중전회를 계기로 시진핑은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관련 내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향후 중국의 행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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