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진성 씨는 최근 회사 건강검진 프로그램 중 ‘마음검진’을 받다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해 우울감을 파악할 수 있다고 안내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이씨는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내 시선이 추적되는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해 개인의 시선과 동공 등을 파악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다만 이용자 동의가 필요하다. 애플과 구글 등은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쓸 때 시선을 추적한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정말 빅테크가 이용자 시선까지 수집해 분석하고 있을까. 구글과 애플은 불특정 다수의 시선 추적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시선 추적 기술이 더욱 발달해 알고리즘화할 가능성은 있다. 애플은 최근 눈동자 움직임으로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기능을 연내 내놓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아이폰 카메라를 바라보며 눈을 움직이면 페이지를 넘기거나 앱을 선택하고 필요한 기능을 활성화하는 게 가능해진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회사 아너도 올초 시선 추적 기능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사용자 시선을 인식해 앱을 실행하는 기능이다. 예컨대 화면 상단에 뜬 문자 수신 알림을 3초 정도 쳐다보면 메시지 전문이 표시되는 식이다.
시선 추적 기능에 우려를 나타내는 전문가들도 있다. 눈의 움직임은 여과되지 않은 신호로, 인간 잠재의식에 관한 정보까지 담고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은 “데이터 투명성과 익명화 연구만으로는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호작용을 기업이 모니터링하는 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 가능성 때문에 이용자가 사생활을 침해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