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대표, 아들은 이사…'패밀리 오피스'로 절세효과 높인다

입력 2024-07-17 17:14   수정 2024-07-25 16:13

자산가 A씨는 기업을 매각해 벌어들인 돈 수천억원을 관리하기 위해 최근 한 증권사의 패밀리오피스 팀을 찾았다. 그가 “부를 불리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자녀에게 남겨주고 싶다”고 하자 MFO팀은 채권 등 안전자산 70%, 고위험·고수익 자산 20%, 현금 10%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수익률이 연 6~7%가량 나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팀은 자녀의 연령대에 맞춰 진로 계획도 짰다. 해외 유학 계획부터 증여를 위한 절세 방안까지 마련한 것이다. A씨는 이 팀에 업무를 맡겼고, 증권사는 이 한 건으로 수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얻었다.
○자산 1000억원 넘는 ‘가족’ 관리

국내 증권사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통해 가족 단위로 자산 관리를 하는 ‘슈퍼리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숫자가 삼성증권의 패밀리오피스 고객 수다.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1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소득층 가족만 따로 관리하는데 고객 가족 수는 2020년 28가족이었다가 지난해에는 76가족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7월 현재 102곳에 이른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패밀리오피스 전담팀이 관리하는 가족을 포함하면 3대 증권사가 밀착 마크하는 슈퍼리치 일가는 220곳이다. 자산 규모는 36조원에 달한다. 웬만한 연기금이나 운용사의 자산 규모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20년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뒤 주가가 급등할 때 벤처기업을 창업해 키운 뒤 매각하는 사례가 많아진 게 국내에서 이 서비스가 확산한 배경”이라고 했다.

패밀리오피스로 여러 고액 자산가가 모였을 때 생기는 이점 중 하나는 주요 연기금에 준하는 수준의 자금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가족 단위의 자금이기 때문에 각 개인이 모이는 일반 자산관리(WM)보다 더 큰 돈을 동원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증권사의 패밀리오피스 팀이 움직일 수 있는 돈은 조 단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력이 커지면 투자은행(IB) 거래 유치 협상 시 옵션, 금리 등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할 수 있다.

자산가 B씨는 최근 증권사 패밀리오피스 팀의 주선으로 상장 기업 메자닌에 수백억원을 투자했다. 이 증권사는 기업 자산을 담보로 잡고 풋옵션까지 넣어 손실 가능성을 없앤 이 상품을 수천억원어치 유치했고, 그중 일부를 B씨에게 판매했다. 이 증권사 직원은 “과거 이런 상품은 기관의 전유물이었지만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개인 자산가들도 투자할 길이 열렸다”고 했다.
○국내 최고의 절세 전문가 포진
패밀리오피스는 ‘자산 증식’ 못지않게 ‘부의 이전’에 중점을 둔다. 돈을 버는 것보다 이를 지키고 세금을 아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내 최고의 절세 전문가들이 패밀리오피스 팀에 포진한 이유다.

자산가 C씨는 최근 한 증권사 패밀리오피스 팀의 컨설팅에 따라 자신과 아들, 며느리, 손주 두 명 등 총 다섯 명을 20%씩 주주로 하는 법인을 세웠다. 이 법인에 C씨가 대여금 100억원을 넣고 이 돈을 아들과 패밀리오피스 팀이 함께 운용하도록 했다. C씨가 개인 명의로 운용한 뒤 이를 나중에 물려주면 시작부터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떼지만, 법인으로 운영하면 그보다 낮은 세율의 법인세를 적용하기 때문에 초기 자금이 늘어나 복리 효과를 키울 수 있다.

이 증권사 직원은 “20년 동안 이 방식으로 연 7% 수익률을 내며 운용한 뒤 나중에 수익금을 배당하고 초기 자금을 상속하면 아들 등에게 가는 돈은 총 212억원”이라며 “당장 상속해 아들 등이 직접 같은 기간·수익률로 운용했을 때 생기는 돈보다 12억원 많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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