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공급 물량 확보와 규제 완화 카드를 동시에 검토하는 것은 주택 시장의 ‘공급절벽’ 불안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3년 뒤 주택 공급을 예측하는 선행지표(인허가와 착공)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매매시장에선 벌써 ‘패닉 바잉’(공포 매수)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시장 불안을 잠재울 공급 확대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업계에선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는 수요 진작책도 검토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더 불안해질 것에 대비해 수도권 내 가용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심에선 적은 면적에 공급 효과가 높은 청년주택 등을 공급하고, 경기도에선 추가 공공택지를 조성해 실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아직 해제되지 않은 개발제한구역이나 국공유지 등에 1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택지 내 미매각·미착공 자족용지(일자리 창출 용지)를 택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최대 2만7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택지지구 내 민간 보유 자족용지에 주택을 짓는 방안도 검토한다. 도심 내 유휴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은 연구 용역을 시작했다.
신규 공급뿐만 아니라 인허가와 착공 등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도 준비 중이다. 공공주택 공사비를 현실화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주택 사업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미국 등에서 활용되는 조세담보금융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개발에 따라 증가할 세수를 담보로 지방자치단체가 채권을 발행하고 기반시설 설치에 쓰는 방식이다. 분양가로 전가되는 비용을 절감해 분양가를 낮추는 동시에 민간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공공택지에서 택지비 산정 기준으로 감정평가액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분양 당시 땅값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공공시행자와 달리 민간은 구입 당시 가격만 인정받아 주택 공급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급등한 공사비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본형 건축비 개선도 업계가 요구하는 주요 대책 중 하나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세가 경기 성남 과천 등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7월 둘째 주(8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4% 상승했다. 2018년 9월(0.26%) 후 5년10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정부의 잇단 공급 대책에도 공급절벽 우려가 커지자 실수요자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정부가 내놓지 않고 있는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 건설사가 유동성을 확보한 뒤 신규 사업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효과가 빠른 오피스텔과 빌라, 생활숙박시설 등 비주택에 대한 주택 수 산정 완화와 세제 완화, 준주택 인정 등도 거론된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비아파트는 주택 공급 기간이 짧아 단기간 공급 효과가 나올 수 있다”며 “미착공 부지가 많은 만큼 수요 회복을 통해 민간 공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최진석 기자 osy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