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 더 줄이고, 두 화면 기능 확대…삼성 '접는 폰' 한계 탈출

입력 2024-07-17 17:49   수정 2024-07-18 01:32

“스마트폰을 왜 굳이 접어야 하나요?”

2019년 삼성전자가 세계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선보인 이후 6년째 따라다니는 질문이다. “펼치면 큰 화면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접으면 작아진다”고 강조하지만 “너무 크고 무겁다”는 불만은 잠재우지 못했다. 전 세계 프리미엄폰(도매가 600달러 이상) 중 13%에 불과한 폴더블 비중이 삼성의 고민을 말해준다.

절치부심한 삼성전자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얇은 폴더블폰. 접었을 때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과 견줘도 두껍지 않은 제품을 출시해 ‘무겁고 두껍다’는 불만을 정면 돌파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폴더블폰 전용 기능’. 2개 화면에 넓다는 강점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접는 폰을 사야 하는 이유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얇은 폴더블폰으로 대중화 속도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최근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특명에 따라 ‘초슬림 폴더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갤럭시 Z폴드·플립 두께를 현재(갤럭시 Z폴드 6 기준 12.1㎜)의 절반으로 줄이는 ‘하드웨어 혁신’이 목표다. 동시에 239g인 폴더블폰 무게를 낮추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폴더블폰을 내놓은 후 꾸준히 ‘하드웨어 다이어트’에 주력했다. 최대 17.1㎜에 달하던 갤럭시 폴드 두께는 6년 만에 12.1㎜로 29.2% 얇아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크게 개선됐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소비자 사이에선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아이폰, 갤럭시S 등 바 형태의 폰보다 무겁고 두꺼운데 2배 가격을 주고 사는 게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산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삼성전자 입장에서 10㎜가 넘는 두께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며 “폴더블의 대중화를 결정할 핵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제조 노하우 결정체
‘초슬림 폴더블’ 프로젝트엔 삼성 정보기술(IT) 계열사가 쌓아온 하드웨어 역량의 결정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폴더블 스마트폰 두께를 현재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건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 경첩(힌지) 등 각 부품이 성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작아져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재 폰을 개발하는 MX사업부 개발실뿐만 아니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맡은 삼성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삼성전기 등이 함께 ‘총력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작품은 삼성전자가 하반기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 Z폴드 6 슬림‘이다. 두께 9㎜대 폴더블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중국 업체에 대응하는 목적이 강하다. 두께는 10㎜ 가깝게 얇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폰을 펼쳤을 때 화면 대각선 길이는 8인치로 Z폴드6(7.6인치)보다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노 사장도 최근 갤럭시 Z폴드6 언팩에서 “스페셜 에디션(슬림)에 대한 요구가 일부 국가에도 있어서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폴더블 특화 SW도 강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혁신과 동시에 진행 중인 건 폴더블 특화 기능·콘텐츠를 강화하는 일이다. 화면이 넓고 디스플레이가 내외부에 있는 폴더블만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시작은 ‘폴더블 전용 게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 영국, 중국 등의 법인에 ‘게이밍 태스크포스’를 조직해 글로벌 게임사와 폴더블 맞춤형 게임을 개발 중이다.

최근엔 인공지능(AI)과 폴더블폰의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듀얼 화면으로 실시간 통역의 활용성을 극대화한 ‘대화 모드’ 등이 대표적인 생성형 AI 적용 사례로 꼽힌다. 폴더블 전용 앱을 출시하기 위해 구글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업체 및 앱 개발사와도 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더블폰을 10년 이상 계속될 수 있는 메가트렌드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연구개발(R&D)을 통해 폴더블의 강점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구현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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