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24-07-17 17:28   수정 2024-07-18 00:10

오늘날 한국이 경제 강국이 된 것을 두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41년 전 정치학 박사 학위를 따고자 미국에 유학한 시절을 돌이켜 보면 격세지감이다. 당시 논문을 써야 하는데 미국 대학에도 컴퓨터가 없었다. 영문 타자기밖에 없던 때였다. 미국 전역에 한국산 자동차는 단 한 대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곳곳에 한국 자동차 판매점이 있고 한국 차가 고속도로를 쌩쌩 달린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평가도 좋다. 영토가 넓은 미국은 자동차가 없으면 안 되는 나라이기에 한국 자동차산업은 ‘영원한 자동차 소비국’ 미국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자동차 핵심 소재를 만드는 철강산업과 자동차를 실어 수출할 조선산업 등 세계 정상급 제조업 능력을 보유했기에 한국을 두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국민이 모두 각각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을 이뤄야 한다. 반도체 등 기존 제조업 수준을 더욱 발전시켜야 함은 물론 로켓산업, 인공위성산업, 탈탄소 시대에 맞는 선박제조산업 등 새로운 분야에 연구개발 투자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경제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는 등 기초과학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대학교수를 하면서 일본 언론과 학계, 재계, 과학계 관계자들을 자주 만나 일본의 기초과학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부러웠던 것은 일본의 기초과학이 튼튼한 점이었다. 예를 들면 탄소섬유수지 기술은 일본이 세계 최고다. 도레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섬유수지를 생산해 보잉 여객기 날개뿐만 아니라 전투기 날개에도 공급하고 있다. 가벼운 게 중요한 항공기에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베타티타늄합금 기술에서도 스미토모를 비롯한 일본 회사가 세계 최고 수준의 티타늄합금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티타늄은 가볍고 강하고 질겨서 비행기뿐만 아니라 로켓과 인공위성 제조에도 사용되기에 우주 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갖춰야 할 소재다. 일본 정부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대학과 재계에 많은 투자를 해서 성과를 냈다. 그런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도 천연자원이 부족하지만, 과학기술을 발전시켰기에 모두가 경제 대국으로 인정하는 나라가 됐다. 인구가 한국의 두 배 가까이 많으니 인재 육성에도 유리하다. 한국은 자원도 없고 인재도 부족한 형편이니 일본이 걸어 온 길을 잘 살펴 기초과학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한국이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제조업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경제 대국의 꿈을 꾸어 볼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력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나라의 평화를 지키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되는 힘이다. 경제 대국 일본의 자위대는 그 이름과 달리 어느새 한국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갖췄다. 민간용 로켓 기술도 세계적 수준이다. 자연스럽게 미사일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최첨단 무기를 미국에서 수입하며 미국과의 군사동맹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경제 대국답게 세계 최고의 전투기라는 F-35 스텔스 전투기를 147대나 도입할 예정인데 한국의 도입량(60대)을 압도한다. 최강의 군함이라는 첨단 이지스함도 한국은 세종대왕함, 율곡이이함, 류성룡함 등 3척이지만 일본은 8척이나 된다. 경제력의 차이가 군사력 차이로 이어지는 것이다. 경제 대국의 꿈을 꾼 이후에야 국가도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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