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10명 중 1명만 "교권 보호제도 개선"

입력 2024-07-17 17:54   수정 2024-07-18 00:21

“지난 학기 경기지역 한 초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욕을 했고,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습니다. 학생은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죠. 예전 같으면 교권보호위는커녕 학습권 침해를 우려해 별도 처분은 내리지 못했을 겁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이후 가장 큰 변화로 ‘교권에 대한 인식’을 꼽는다. 교사만의 몫이라고 생각하던 교권 침해 사안을 이제는 학교·교육청이 나서 적극 대응한다는 것이다. 교원이 아동학대 조사·수사를 받으면 교육감이 의견서를 제출하게 되면서 교원의 아동학대 불기소 비율이 높아졌다. 다만 교사들은 ‘정서적 아동학대 요건’을 구체화해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이초 이후 교권보호위 개최 증가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학교에서는 1364회의 교권보호위가 열렸다. 교원지위법 개정으로 교권보호위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3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석 달 동안 집계한 수치다. 2022년(759건) 2023년(1263건)의 분기당 평균 건수보다 크게 늘었다.

학교장이 요청해야 열리던 교권보호위를 피해 교원도 신청할 수 있게 된 데다 교육활동 침해 사안의 은폐 및 축소가 금지되면서 개최 건수가 많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청이 교권 침해 사안에서 교사를 적극 보호하기 시작한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교원이 아동학대 조사·수사를 받으면 교육감이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되면서 교원의 아동학대 불기소 비율은 법이 개정된 작년 9월 25일 이후 17.9% 올라갔다. 담배 피우는 학생, 수업 중 태블릿PC로 다른 콘텐츠를 보는 학생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정서적 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에 대해 대부분 ‘정당한 생활지도’로 판정, 불기소 처분했다.

학부모의 교권 침해에 대한 대처도 활발해졌다. 교육활동을 침해한 보호자에 대한 조치 비율은 33.1%에서 79.1%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악성 민원 학부모를 상대로 한 교육청의 고소·고발은 올해 상반기에만 12건이다. 2022년(4건), 2023년(11건)에 비해 교육당국이 적극 대처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이초 유가족 측 변호를 맡았던 문유진 판심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과거에는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소만 돼도 바로 직위해제됐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사회적으로 교권을 존중하려는 분위기가 생겨난 점도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현장 교사들의 체감은 ‘아직’
현장에서는 체감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서울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에 맞춰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 42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서이초 사건이 교권 보호 개선에 기여했다는 응답은 11.6%에 그쳤다.

교사들이 여전히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은 ‘정서적 아동학대 요건 구체화’다. 교사들은 백승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이초특별법에 대해 이날까지 1만8000여 명이 동의 의견을 제출했다.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정서적 학대 요건 명확화, 교육활동 방해 학생에 대한 물리적 제재 및 분리 법제화, 학교폭력 조사권 법제화 및 전문인력 협조 근거 마련 등이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서이초 교사 1주기인 18일 “교육활동 침해 및 악성민원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와 모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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