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체코에 최소 24조원 규모의 원전을 수출한다. 원전 수출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성과다.
체코 정부는 17일 남부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 규모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는 인근 테멜린 지역에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할 경우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역시 한수원으로 선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수원은 이번 입찰에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과 ‘팀코리아’ 컨소시엄을 이뤄 참가했다. 본계약은 내년 3월 체결될 전망이다.
체코 정부에 따르면 두코바니 원전 2기를 짓는 사업비는 약 4000억코루나(약 24조원)로 예상된다. 20조원이 들어간 UAE 바라카 원전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다. 테멜린 지역의 원전 2기 건설 계약까지 추가로 따내면 총사업비는 40조~50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체코 역사상 최대 투자 프로젝트다. 2022년 3월 이후 2년 넘게 진행된 수주 경쟁은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의 2파전으로 치러졌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입찰이 모든 평가 기준에서 더 우수했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는 저렴한 건설단가와 적기 시공 이력 측면에서 한국 컨소시엄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해외 원전 수주는 2009년 UAE 바라카 지역에 한국이 독자 개발한 차세대 원전 모델(APR1400) 4기를 처음 수출한 후 15년 만이다.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건설한 원전 본산지 유럽 지역에서 처음 원전 사업을 수주함에 따라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한다’는 정부 목표도 달성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2022년 폴란드와도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정부는 UAE, 네덜란드, 영국, 튀르키예 등 국가에서도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체코 원전 수주 소식에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됐다”며 “팀코리아 정신으로 최종 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슬기/양길성 기자 surugi@hankyung.com
관련뉴스